홈팀 팬의 열성적인 응원이 '안방 불패' 신화를 만드는 동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무관중 경기'로 치러진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서 홈팀의 승률이 예년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해 무관중으로 치러진 1부리그(K리그1)와 2부리그(K리그2) 총 137경에서 중 홈팀이 승리한 경기는 43경기, 무승부는 38경기라고 30일 밝혔다. 연맹은 무승부 1경기를 0.5승으로 환산해 계산한 결과 홈팀 승률은 45.2%라고 설명했다. K리그에 지역연고제가 정착한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33년간 치러진 7845경기에서의 홈 팀 승률 54.2%보다 9%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리그별로 살펴보면 K리그1은 지난 시즌 홈팀이 54.2%의 승률을 보였으나 올 시즌 무관중 라운드에서는 승률이 50.0%로 '반타작'에 그쳤다. K리그2는 하락 폭이 더 컸다. 지난 시즌 50.5%였던 홈팀 승률이 39.0%로 뚝 떨어졌다.
사라진 관중이 홈팀 성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모습은 해외 리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19-2020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치러진 무관중 경기에서 무승부를 제외하고 승리만 따진 홈팀 승률은 21.7%였다. 3월 리그가 중단되기 전까지 관중이 들어왔던 경기에서 홈팀은 43.3%의 승률을 올렸다. 반면 원정팀의 승률은 중단 전 34.8%에서 47.8%로 껑충 뛰었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홈 팬들의 응원이 경기력에 큰 도움이 된다는 선수들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는 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무관중 경기에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관중들의 열띤 응원을 받으면 선수들은 자신감이 상승할 뿐 아니라 신체적인 변화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에서 프로축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홈경기를 할 때 신체에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조사한 결과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40~7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호르몬으로 순발력 등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응원이 선수들을 각성시키는데 효과가 있는 셈이다.
유명 골프 선수들도 무관중 경기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응원이 없어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흥이 안 난다는 설명이다. 이달 중순 무관중으로 치러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에 출전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는 "팬이 없으니 에너지가 예전과 같지 않다"며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우즈는 이 대회에서 6오버파를 치며 공동 40위에 그쳤다.
코스에 항상 팬클럽을 몰고 다니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강호들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상 포인트, 평균 타수 등 주요 부문에서 전관왕에 올랐던 최혜진(21)은 올해 첫 승 신고를 못했다. 지난해 2승을 올리며 신인왕을 거머쥔 조아연(20)은 올해 출전한 8개 대회의 절반인 4개 대회에서 커트 탈락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