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악의 꽃' 첫방, 요물같은 드라마 탄생

입력 2020-07-30 10:01
수정 2020-07-30 11:17


흔하디 흔한 미스터리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명작이었다. '악의 꽃'이 첫 방송부터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악의 꽃'은 겉으로 보기엔 누구보다 다정한 남편이지만 비밀을 간직한 남자 백희성(이준기)과 집에선 애교 만점 아내이자 엄마, 일터에선 누군가의 '롤모델'로 꼽히는 경찰 차지원(문채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담았다. 14년 동안 사랑해 온 남편이 연쇄살인마로 의심된다면 아내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냐는 질문을 던진 '악의 꽃'은 첫 방송부터 백희성과 차지원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얽힌 관계들이 휘몰아치면서 이전까지 작품들과 차별화하는데 성공했다.

시작은 백희성의 가족이었다. 유달리 차지원에게 냉정한 백희성의 부모 공미자(남기애), 백만우(손종학)은 백희성을 아들이 아닌 "한 배를 탄 사람들"로 봤다. 그들 사이에 비밀스러은 약속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것.

백희성 역시 "차지원과 가까이하면 진실을 숨길 수 없다"며 공미자에게 "지원에게 여지도 주게 하지 말라"면서 전화를 종용하는 냉혈한의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과거 얼굴과 이름을 알아챈 김무진(서현우)을 단숨에 제압하고, 집 지하실에 숨겨둔 채 천연덕스럽게 딸 백은하(정서연)와 차지원을 챙기면서 오싹함을 연출했다.

차지원은 남편 백희성의 이중성을 전혀 몰랐다. 백희성이 "지원이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난 그 애가 원하는 모습만 보여준다"면서 철저하게 연기를 해왔기 때문.

하지만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를 출입하던 기자 김무진이 실종되고, 그가 연재하던 기사인 18년 전 연주시 연쇄살인사건과 비슷한 실마리를 찾는 모습이 예고되면서 앞으로 이들의 갈등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준기·문채원 환상 호흡, 극 이끌어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이준기와 문채원의 물오른 연기였다. 이준기는 백희성과 도현수를 눈빛만으로 오가며 극의 분위기를 전환했다.
아내에게 헌신적이고 가정적이기까지 한 백희성은 누가 봐도 부러워하는 남편이자 아빠였다. 하지만 차지원이 자리를 떠나자마자 공미자, 백만우에게 냉소적인 미소를 보이면서 극을 쥐락펴락했다. 미스터리 스릴러와 로맨스를 자유롭게 오가는 신공을 발휘한 것.

문채원 역시 가정과 일터에서 모두 따뜻하고, 능력있는 차지원으로 분해 극을 이끌었다. 특히 다른 사람이 알아 채지 못하는 탁월한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면서 미제로 남은 '연주시 연쇄살인사건'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될 성 부른 '악의 꽃', 시청률도…
배우들의 열연에 탄탄한 전개에 대한 호평은 '악의 꽃' 시청률까지 이어졌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29일 첫 방송된 '악의 꽃' 1회 전국 시청률은 3.4%(유료플랫폼 기준), 분당 최고 시청률은 3.7%를 기록했다.

tvN 타깃인 남녀2049 시청률은 평균 2.0%, 최고 2.3%를 기록했다.
'악의 꽃' 연출을 맡은 김철규 PD는 앞서 '황진이', '공항가는 길', 시카고 타자기', '마더' 등을 연출하며 탄탄한 내공을 과시한 바 있다. 유정희 작가는 2014년에만 KBS '드라마 스페셜'로 '꿈꾸는 남자', '아빠를 소개합니다', '운동화를 신은 신부'를 연이어 선보이며 필력을 인정받았고, 2017년엔 4부작 '맨몸의 소방관'으로 호평받았다.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제작진이 뭉친 만큼 앞으로 '악의 꽃'이 어떤 이야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지 지켜볼 일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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