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용인경전철 주민소송에 대한 판결은 지방자치단체가 충분한 검토 없이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해 손해를 본 경우 주민들이 관련자에게 손해배상을 요청하는 주민소송을 낼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한 첫 판례다. 소송단도 “대법원 스스로 새로운 법리를 선언한 것으로 전향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지자체의 무분별한 사업추진 관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민소송 제도는 지자체의 위법한 예산집행 등을 견제하기 위해 2006년 도입됐다. 그러나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6~2019년 전국 각지에서 제기된 주민소송 총 43건 중 주민이 승소한 사례는 딱 1건에 그쳤다. 나머지 종결된 39건 중 주민 패소 32건, 각하 4건, 소취하 2건이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주민소송과 행정소송 등 정부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법원은 소송의 구성요건이 맞는지를 지나칠 정도로 깐깐하게 따진다”며 “간신히 본안 심리에 들어가도 공무원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해 원고(주민들)에 불리한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지금껏 제기된 주민소송에서 주민들이 줄패소를 경험한 이유다. 특정 행정처분의 중지나 취소·변경, 지자체가 게을리한 사실의 위법성 확인, 지자체장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 등이 주민소송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하지만 29일 대법원의 판결로 상황이 달라지게 됐다. 앞으로 지자체 관계자들은 주민소송을 통해 큰 금액의 배상금을 물어낼 가능성이 커진 만큼 행정처분을 할 때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주민소송은 공익소송이어서 원고가 배상액을 받는 것은 아니다. 원고가 승소하면 지자체는 실제 손해를 끼친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의무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승소로 얻는 손해배상액은 지자체에 귀속된다.
주민소송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경애 변호사는 2018년 펴낸 한 논문에서 “손해배상 관련 주민소송에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 입증 책임이 주민들에게 있다”며 “하지만 주민들이 지자체 내부 상황을 잘 알기 어렵고 모든 증거는 지자체 내부에 있기 때문에 이는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주민소송의 남발 가능성도 우려한다. 한 사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부 정치화된 단체가 지자체장을 공격하기 위해 정책적 문제를 위법의 문제로 끌고 가려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