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전·월세 신고제 시행을 위한 임대차 신고관리 및 검증 시스템을 제때 구축하지 못해 시행 시기를 내년 6월로 미뤘다. 당정이 제대로 된 전·월세 관리체계가 마련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전·월세 신고제와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3법’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토부는 지난 2월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임차인 보호 기반이 되는 임대차 신고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신고제부터 도입해야 등록임대 사후관리와 임차인 정보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고제를 정착시킨 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시행한다는 게 국토부의 기본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 순서가 국회에서 바뀌게 됐다. 신고제는 내년 6월부터 시행할 수 있지만, 당정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 30일 관련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당장 다음달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임대차 3법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고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신뢰성 있는 데이터 축적이 힘들다. 이 상태에서 상한제 등이 적용되면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벌써부터 전세물량 품귀 현상 등이 심각한데 임대차 3법이 ‘반쪽’ 시행되면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전·월세 상한제는 현재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한 종전 임대료를 기준으로 임대료의 상한을 정하도록 돼 있어 새로운 시세 정보가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고제가 우선 시행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또 “신고제의 빠른 도입을 위해 연내 시스템 구축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