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자를 학교에 들이려 했던 이상한 '한국형 뉴딜'

입력 2020-07-29 11:25
수정 2020-07-29 15:10


서울시가 발표한 '학교생활지원 일자리 사업 참여자' 지원 자격요건에 출소 후 6개월 미만의 전과자가 포함됐다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학교생활지원 일자리 사업 참여자 모집에 범죄자 등의 우선선별 공고를 철회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학생과 밀접 접촉할 수 있는 청년모집에 범죄자가 지원하게 해선 안된다는 요청이 접수됐다.

게시자는 "해당 공고에 보면 학교 생활지원 일자리 사업 참여자를 모집하며 그 인원은 2,600명이라고 되어있다. 만 19세부터 39세의 서울 거주 청년이 그 대상이다"라면서 "하는 일은 말 그대로 학교 생활 지원으로 발열검사, 의심증상 학생 관리 지원(별도 공간 이동 안내, 보호자 연락 등), 등교지도, 밀집도 완화를 위한 분반 운영 지원, 학생 이동수업 지원, 급식 생활지도, 화장실 이용 생활지도 등으로 모두 아이와 밀접한 활동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의심증상 학생 관리 지원이나 화장실 이용 생활 지도 등 아이와 근로자가 단 둘이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업무로 보여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청원자는 "문제가 되는것은 우선선발 대상"이라면서 "내 아이의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을 1차 랜덤추첨 후 면접을 본다고 되어있는데 만약 1차 랜덤추첨으로 뽑힌 사람이 모두 수형자로서 출소 후 6개월 미만 자라면 그 사람이 이 일을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우선 선발자로 지정되어있는 취업취약계층의 범주에는 갱생보호대상자, 수형자로서 출소 후 6개월 미만 자로 표기돼 있었다.

청원자는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구금이 수반되는 형의 집행을 받고 형을 산지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수형자가 들어와서 내 아이가 37.5도의 미열이 날 경우 이 수형자의 손을 잡고 별도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이야기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한경닷컴은 이와 같은 학교생활지원 일자리 사업 관련해 <[단독] 출소자가 학교서 발열체크?…서울시 뒤늦게 "제외하겠다">기사를 통해 서울시가 방침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혀 학생에 대한 배려가 티끌도 없는 정책"이라며 "노숙자, 출소자의 경우엔 자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다른 일자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는 행정편의에 빠져서 국민은 무조건 따라오라는 '행정 만능주의'를 보이는 것"이라며 "서울시의 오만함마저 느껴진다. 아이들 치안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성년자들이 주로 생활하는 공간인 학교에서 출소자, 갱생보호대상자, 노숙자 등이 포함된 취업취약계층 기준을 적용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두고 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정책임은 물론 세금낭비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한경닷컴에 "선발 대상에서 해당 부분을 삭제하겠다"며 "선발 과정에서도 필터링을 거칠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갖고 2025년까지 6년 동안 160조를 투입해 190만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4·15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몫으로 21대 국회의원(비례대표)로 당선된 조정훈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우리 청년들은 이런 것을 쓰레기 일자리라고 한다”며 “과연 이런 일자리에 귀한 청년의 시간을 쓰게 하는 게 맞는 건지 본질적인 의문이 든다”고 했다.

조 의원은 “계산해보니 정부가 2년 동안 만들겠다고 하는 일자리에 들어간 예산이 (일자리당) 5500만원이고 1년으로 나누면 2000만원 조금 넘는 돈”이라며 “최저임금을 주는 일을 (홍남기 경제부총리 자신의) 자제에게 진심으로 권장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쉽게 얘기해서 최저임금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일 없으니까 이거라도 하는 게 어때?’ 정도의 일자리를 두고 일자리 생산이라고 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 대신 ‘단기 아르바이트’를 만드는 데 세금을 낭비한다는 것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