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코로나 시대 성장주로 자리잡은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에 이어 한국판 뉴딜 수혜주로 불길이 옮겨붙었다. 코로나 폭락장 이후 막대한 자금을 들고 투자처를 물색하고 나선 개인투자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하지만 정부가 한국판 뉴딜에 대한 세부 청사진을 공개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이후 관련주 주가는 주춤했다. 되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평균 수익률에 못 미치며 강한 조정을 받은 종목이 속출했다.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뉴딜 최대 수혜주는?한국판 뉴딜이 처음 언급된 직후인 지난 4월 22일 이후 관련 테마주들이 급등했다. 삼성증권에서 추린 ‘한국형 뉴딜’ 수혜주 83개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석 달 새 51.60%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8.01%, 코스닥지수는 27.43% 올랐다.
테마주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그린뉴딜 관련주인 두산퓨얼셀과 동국S&C는 이 기간 각각 473.60%, 240.93% 폭등했다. 수소연료전지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두산퓨얼셀은 그룹 구조조정 이슈와 맞물려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해상풍력타워 등을 제조하는 동국S&C는 씨에스윈드(134.99%)와 함께 풍력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 자회사 일진복합소재를 통해 수소 탱크를 생산하는 일진다이아와 수소충전소업체 효성중공업도 같은 기간 각각 130.27%, 180.12% 급등했다. 미국의 수소전기 트럭 제조업체인 ‘니콜라’ 열풍도 수소 관련주 주가를 밀어올렸다. 외면당한 5G 대장주반면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 대표 종목인 국내 통신 3사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주가가 0.48%, 7.69%씩 떨어졌다. KT도 코스피지수 상승률에 못 미치는 3.51% 오르는 데 그쳤다. 통신무선망 전문기업인 이노와이어리스(2.53%)를 비롯해 지능형 정부와 원격의료 테마주로 묶여 있는 이스트소프트(-1.67%), 인성정보(0.91%)도 수혜주로 꼽히기 힘든 수익률을 거뒀다.
공교롭게도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한국판 뉴딜’의 10대 과제 세부안이 공개된 후 주가가 곤두박질친 곳도 상당했다. 한국형 뉴딜이 언급된 이후 두 배 가까이 오르던 공인인증 서비스업체 한국인증정보는 국민보고대회가 진행된 지난 14일 이후 주가가 7.36% 떨어졌다. 두 달 반 동안 140% 이상 주가가 치솟던 유비케어도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직후 내림세(-7.36%)로 돌아섰다. 불안한 테마주…옥석은 남아 있다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옥석’이 남아 있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 전혀 새롭지는 않지만 든든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린뉴딜을 포함해 여러 호재가 겹쳐 있는 종목을 발굴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린뉴딜 대표주인 LS일렉트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자동화 관련주’로도 꼽힌다. LS일렉트릭은 태양광, 풍력 등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과 마이크로그리드 기술 등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공장 자동화 설비를 판매해 벌어들이는 매출이 16%나 된다.
한 펀드매니저는 “신재생에너지를 잇는 다음 테마로 ‘공장 자동화’를 꼽고 있는데, LS일렉트릭은 이 부문에서 가장 투자할 만한 종목”이라고 부연했다. 자동차용 소재 부품 등을 생산하는 상아프론테크는 삼성SDI의 협력사로 일반 플라스틱보다 가볍고 단단해 전기차 필수품으로 불리는 슈퍼엔지니어링플라스틱 기술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수소연료전지에 들어가는 고분자 전해질막을 생산키로 하면서 수소차 관련주가 됐다.
박재원/고재연 기자 wonderful@h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