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5G 패권 내줄라…미국 주도 '反화웨이 동맹' 결집

입력 2020-07-28 17:51
수정 2020-07-29 01:15
“미국이 미래 혁신을 위한 핵심 기술 분야에서 리더가 아닌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우리 경제의 미래가 위험에 처했다.”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이 최근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한 말이다. 미국이 이토록 조바심을 내는 건 글로벌 5세대(5G) 이동통신 경쟁에서 중국 화웨이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속화하는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5G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엔 이렇다 할 통신장비 회사가 없다. 반면 디지털 플랫폼 경쟁국인 중국의 선봉장에 화웨이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화웨이 무력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동맹국에 ‘반(反)화웨이 동맹’에 동참할 것을 촉구해 영국과 프랑스 등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27일 세계 국가에 “화웨이와 거래를 끊고 ‘깨끗한’ 국가가 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독일 등 다른 유럽 나라들의 참여는 미지근하다.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의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화웨이는 5G 관련 표준기술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35.7%로 1위다. 2위 에릭슨(24.8%), 3위 노키아(15.8%), 4위 삼성전자(13.2%) 등과 격차가 크다. 화웨이 장비로 통신 인프라를 구축한 국가는 170여 개국에 이른다.

화웨이는 세계 스마트폰 2위 제조사이기도 하다.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에 국한하지 않고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5G가 첨단산업의 정보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만큼 글로벌 통신망을 바탕으로 기술 패권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미국은 매년 고속 성장하는 화웨이의 배후엔 중국 정부가 버티고 있다는 굳은 심증을 갖고 있다. 화웨이가 민간기업으로 위장해 전 세계에 심은 통신망에서 정보를 빼내는 스파이 역할을 한다고 추정한다. 미 정부는 화웨이 경쟁업체인 노키아와 에릭슨 등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갈등에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에릭슨과 노키아는 거꾸로 중국의 ‘보복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4위 삼성이 이 분야에서 세계시장 진출을 확대할 큰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