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진이나 동영상이 아닌 애니메이션이라 하더라도 외모나 복장 등을 감안할 때 대상자가 미성년자로 명백히 인식된다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아동·청소년 음란물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아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김씨는 2017~2018년 온라인 상에서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이 10세 초등학생인 것처럼 행세하며 여자 초등학생들에게 접근했다. 당시 김씨의 나이는 17~18세였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예쁘다고 말하는 등의 방법으로 호감을 샀다. 그리고 김씨는 이들에게 특정한 신체 부위와 자세 등을 알려준 뒤 촬영을 해 본인에게 전송하도록 했다.
김씨는 속옷을 입은 사진과 신체 부위를 드러낸 사진뿐만 아니라 소변을 보는 동영상 등도 피해자들로부터 전송받았다. 검찰은 김씨를 아청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아동 음란물을 소지한 혐의도 받았다. 김씨는 음란물 사이트에서 아동 음란물 2581건(동영상 68건, 사진 41건, 애니메이션 2472건)을 다운받아 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김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취업을 제한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이 다운로드 받은 음란물 가운데 애니메이션 2472건은 아청법상 아동음란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양형이 가중하다고도 호소했다.
법원은 “아청법에서 말하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란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을 의미한다”며 “표현물이 나타내고 있는 인물의 외모와 신체발육에 대한 묘사, 음성, 말투, 복장, 상황 설정, 영상물의 배경과 줄거리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당 만화 애니메이션은 교복과 유사한 형태의 복장을 입은 표현물이 등장하고, 표현물의 외모가 상당히 어려 보이게 묘사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씨가 소지한 파일이 제3자에게 공유되거나 영리 목적으로 교부되지 않은 점 △범행 당시 성인이 아니었던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징역 4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