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은 28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30억 달러 비밀합의서'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진위를 확인할 때까지 (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유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 통합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서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임명하면 국가 안보에 큰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진위를 확인할 국정조사에 동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전날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직전 북한에 3년간 3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비밀 합의서가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와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의 서명이 들어있는 합의서 사본을 공개했다. 주 원내대표에 따르면 이 사본은 전직 고위공무원이 주 원내대표에게 제보했다.
하 의원은 "박 후보자가 의혹에 대해 처음엔 사실이 아니었다고 했다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가, 위조라고 했다가, 내용에 대한 논의는 했지만 합의문은 작성하지 않았다고 했다"며 "한나절에 말이 네 번이나 바뀌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했다. 하 의원은 "이게 진짜 문서라면 북한도 갖고 있을 것이고, 박 후보자는 북한에 휘둘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진위를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다. 바로 옆 서훈 안보실장에게 물어보면 된다"며 "(2000년 회담에) 서 실장이 동석했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2000년)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났고 정권도 교체된 상황이 있었고 그 상황에서 많은 조사가 있었다"며 "문서가 진짜라면 반드시 밝혀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전혀 존재 여부를 몰랐다고 한다면 그건 (진짜가) 아니지 않느냐고 추정할 수 있다"며 "알만한 분들 중에서도 그런 건 없었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