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형 아이폰에 사용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대부분을 LG디스플레이에 발주했다. 전세계 스마트폰 용 OLED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삼성전자의 아성에 틈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애플이 LG디스플레이에 지난해의 5배인 2000만장의 OLED 패널을 주문해 올 하반기 출시하는 신형 아이폰의 OLED 패널 대부분을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는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차세대 통신규격 '5G'용 아이폰 4개 기종 등 신제품 전기종에 OLED 패널을 채용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가격이 저렴한 액정패널을 병행했지만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경쟁사가 OLED 패널을 탑재한 기종을 늘림에 따라 전략을 바꾸게 됐다는 분석이다.
당초 신형 아이폰에 들어가는 OLED 패널 대부분은 삼성전자의 몫으로 예상됐다. 지금까지 아이폰의 OLED 패널을 삼성전자가 독점적으로 공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이 LG디스플레이에 OLED 패널 대부분을 발주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해 수주량은 6000만장 전후에 그칠 전망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애플이 LG디스플레이에 대량의 OLED 패널을 발주한 건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애플 전용 생산라인에서 OLED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전자는 아이폰 판매부진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애플로부터 손실을 보전받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애플이 삼성전자에 2019년 900억엔(약 1조231억원), 올해 2분기 970억엔(약 1조1000억원) 등 2년 연속 손실보전을 위한 위약금을 물었다고 보도했다.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 조사회사 DSCC의 다무라 요시오 아시아 대표는 "삼성이 OLED를 독점적으로 공급했기 때문에 가능한 계약"이라며 "여러 공급업체로부터 조달이 가능한 액정패널이라면 성립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정을 탈피하기 위해 애플도 작년 가을 발매한 아이폰에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채용하는 등 조달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발매가 임박한 작년 여름까지 수율을 높이지 못한 LG디스플레이가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면서 애플 조달 담당자가 격노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세계 3위 OLED 업체인 중국 BOE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어 애플이 'LG디스플레이 우대 정책'을 언제까지 보장할 지도 미지수다. 애플은 중국 사천성 청두에 있는 BOE의 OLED 패널 공장에서 성능평가에 착수했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내년에는 애플이 BOE의 OLED 패널을 채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