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채권의 배신'…올 들어 -16%

입력 2020-07-27 17:16
수정 2020-07-28 00:41
높은 기대수익률로 고액자산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브라질 국채와 베트남 펀드가 올해 부진한 모습이다. 이들 상품은 두 나라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와 각종 세제 혜택까지 겹쳐 국내에서 수조원어치가 판매됐다.

그러나 베트남과 브라질 등 신흥국들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은 좀처럼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7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29년 1월 만기인 브라질 국채 10년물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6.35%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4.79%의 이자수익에도 19%의 환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연초 헤알당 280원대에서 지금(27일 기준)은 228원까지 하락했다. 채권가격도 1.48% 하락했다. 이 조차도 6월 들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올 5월 13일에는 평가손실이 32.68%에 달했다.

브라질 채권은 2010년대 들어 절세에 관심이 많은 국내 고액자산가들의 ‘필수 투자상품’으로 떠올랐다. 한국과 브라질 간 조세협약 덕분에 브라질 국채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과 환차익, 채권 평가이익이 완전히 비과세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6년 1월 기준 14.25%의 높은 기준금리까지 겹치면서 서울 강남 지역 증권사 지점에는 브라질 채권 매수를 희망하는 투자자가 대거 몰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가 판매한 브라질 국채의 판매잔액은 8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브라질 국채는 대표적 안전자산인 채권답지 않게 널뛰기하는 수익률로 투자자를 긴장케 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헤알화 환율이 급락한 2018년에는 연간으로는 3.3% 평가이익이 발생했지만 그해 9월까지만 해도 20%대 손실 상태였다.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비과세 해외펀드’ 열풍을 타고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베트남 펀드도 올해 평균 10.21%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설정액 1000억원 이상의 12개 지역별 펀드 가운데 러시아(-15.82%)만 베트남 펀드보다 큰 손실을 내고 있다. 베트남은 신흥국 가운데서는 코로나19에 가장 잘 대응한 국가로 꼽히지만, 높은 수출의존도(86%) 때문에 코로나19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렇게 변동성이 큰 신흥국 투자상품들이 국내에서 많이 판매된 것은 절세를 노린 투자자와 높은 판매수수료를 챙기려는 증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서울 강남 지역에 근무하는 한 증권사 PB는 “브라질 국채는 약 2%의 판매수수료가, 베트남펀드에서는 일반적으로 1%대의 선취판매수수료가 발생해 PB들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판매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