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30억弗 불법 대북송금에 서명"

입력 2020-07-27 17:39
수정 2020-07-28 02:19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에 30억달러를 보내겠다는 ‘비밀협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에 “보수층의 모략”이라고 반박했다. 학력 위조 논란에 대해서도 “(학력에) 하등의 하자가 없다”고 답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선 불법 대북송금 관여 의혹과 학력 위조 의혹, 고액 후원금 논란 등에 대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공세가 쏟아졌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4·8 남북 합의서에 당시 남측 특사였던 박 후보자가 서명했다는 문건을 제시했다. 박 후보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던 5억달러 대북송금 외에도 25억달러 규모의 투자 및 차관을 북한에 제공한다는 내용이 이 문건에 담겼다.

박 후보자는 이에 대해 “어떤 경로로 문건을 입수했는지 모르겠지만 4·8 합의서는 공개됐고, 다른 문건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다”고 반박했다. 주 원내대표가 “서명이 (박 후보자의 것과) 똑같다. 이런 문건에 사인한 적이 없느냐”고 하자 박 후보자는 “사실이 아니다”고 맞받았다.

통합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가 1965년 단국대 편입을 위해 2년제 광주교대 졸업을 4년제 조선대를 졸업한 것처럼 학적부를 위조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이 “박 후보자가 편입할 때 인정받은 학점으론 단국대를 졸업할 수 없다”고 지적하자 박 후보자는 “55년 전이면 하 의원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라며 “그때의 사회적 개념과 오늘날의 개념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통합당은 박 후보자에게 단국대 성적표 원본 제출을 요구했지만 박 후보자는 “학적 정리는 대학이 책임질 일”이라며 성적표를 제출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에게 국정원 개혁의 마무리를 주문했다. 박 후보자는 국정원의 대공수사와 관련해 “조작·은폐 등 너무나 많은 흑역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정원의 정보와 모든 것을 수집해 경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수사권을 꼭 넘기겠다”고 말했다.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관련 배상 문제를 언급한 김경협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불행한 역사를 청산한다는 의미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본 사람들의 배상이 진정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성폭행 혐의를 받는 20대 탈북민의 월북에 대해선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