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HCN을 둘러싼 이동통신 3사의 인수합병(M&A)전 승자는 결국 KT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7일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현대HCN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KT스카이라이프를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KT가 유료방송시장의 1위 자리를 확고히 다진 가운데 유료방송 시장의 2차 재편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위성방송 존립 문제” 사활 건 스카이라이프현대HCN은 시장에 매물로 나온 케이블 사업자 가운데 가장 알짜로 꼽혔다.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종합유선방송사업권(SO) 8개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매출 2928억원, 영업이익 408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재무건전성도 좋다.
앞서 15일 마감한 본입찰에는 KT스카이라이프를 비롯해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모두 참여했다. 이중 KT스카이라이프가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KT스카이라이프 측은 약6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HCN측은 6500억원을 매각가로 희망해왔다.
케이블 업체 인수는 KT스카이라이프의 숙원사업이었다. 인터넷TV(IPTV)가 결합상품 이점을 내세워 유료방송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데다 제공하는 채널도 비슷해지면서 위성방송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딜라이브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KT스카이라이프 측이 현대HCN 인수전에서 “위성방송의 존립이 걸린 문제”라며 총력전을 펼친 이유다.
심사과정에서 KT스카이라이프의 조직문화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KT스카이라이프의 고용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가점요소였다”고 말했다. KT, 시장점유율 35% ‘공룡1위’로KT스카이라이프가 최종 우선협상자로 확정되면서 KT는 계열사를 포함해 시장 점유율 35.47%의 ‘부동의 1위’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2위 LG유플러스와도 10%포인트가 넘는 차이를 확보했다. 다른 두 업체가 딜라이브(5.98%)와 CMB(4.58%)를 모두 인수하더라도 넘어설 수 없는 숫자다.
‘막판 뒤집기’를 노렸던 SK텔레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번 M&A로 2위 탈환에 나선다는 계획이었지만 당분간 3위 자리에 머물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업계에서는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딜라이브와 CMB를 두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기업결합심사는 큰 무리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번 M&A는 정부가 지난달 유료방송 플랫폼의 대형화, 선진화를 지원하기 위해 M&A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한 뒤 첫 사례다. 유료방송의 시장점유율을 최고 33%로 규제하던 합산규제도 폐지돼 심사과정에서 큰 걸림돌이 사라진 상태다. KT는 이번 인수건을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의 인수”라며 몸을 낮추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이날 HCN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유무선네트워크 결합을 통한 양사 시너지 극대화, 방송상품 중심의 실속형 신상품 출시로 시장 경쟁 활성화 및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촉진할 계획”이라며 “국내 미디어콘텐츠산업 발전과 방송의 공적책무인 지역성 강화와 위성방송에 요구되는 공적책무 확대, 이용자 후생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