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도로 이용할 때 세금은 동일 개념으로 접근해야
지난 2017년 기준으로 정부가 국내에서 운행되는 휘발유 및 경유 등 수송 연료를 통해 거둔 유류세는 연간 26조원이다. 물론 유류세의 대부분은 법에서 확정된 교통에너지환경세(ℓ당 휘발유 475원, 경유 340원)로 15조3,782억원에 이른다. 그리고 이 돈은 교통시설(80%), 환경개선(15%), 에너지 및 자원사업(3%), 그리고 지역발전(2%)에 사용토록 명시돼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18년 내놓은 '자동차의 전력화(Electrification)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 연구'에 따르면 유류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도로(43~49%), 철도(30~36%), 항만(7~13%), 교통체계관리(0~10%), 공항(0~7%) 등에 사용된다. 쉽게 보면 교통에너지환경세 15조원 가운데 80%인 12조원이 교통부문에 사용되지만 이 가운데 40%인 4조8,000억원 정도는 실제 자동차 이용자를 위한 도로 인프라 유지관리 및 신규건설투자 재원으로 활용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휘발유에 포함된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일부분은 '도로 이용료'의 성격이어서 일종의 도로 소비세로 분류한다.
반면 전기차 이용자가 사용하는 수송용 전기는 부가세와 전력산업기반금을 제외하면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전혀 없다. 하지만 도로는 함께 이용한다는 점에서 '교통세'를 부담하는 휘발유차와 수송 연료의 과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이에 따라 수송 연료의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교통환경에너지세'로 뭉뚱그려진 세목을 '교통'과 '환경에너지세'로 분리 후 과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경우 휘발유의 교통세는 ℓ당 182~207.4원 수준이 돼야 하며, 수송용 전기 또한 비슷한 수준에서 도로 이용에 따른 세금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쉽게 보면 '교통에너지환경세'에서 수송용 휘발유와 전기는 도로 이용을 위해 '교통세'를 공통적으로 부과하되 '환경에너지세'는 휘발유에만 별도 부과하는 방안이 공정하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제안한 것이 가칭 '도로교통이용세'다. 휘발유차든 전기차든 관계없이 에너지에 부과하자는 취지다.
이미 미국 등지에선 전기차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보고서는 전기차의 세금 부과 방식도 제안했다. 연간 평균 주행거리에 따라 일괄 부과하는 주행거리세 방식이다. IT 기술 등으로 주행거리 산출이 가능한 만큼 전기차 확산에 따른 유류세 부족을 보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일부에선 전기 에너지의 배출가스 기준으로 유류세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보고서는 연료산지에서 바퀴까지(Well-to-Wheel) 휘발유 및 경유, LPG, 수송용 전기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전 과정을 분석한 결과 전기차는 머플러를 통한 직접 배출 대신 전력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간접 배출이 적지 않아 무공해자동차로 분류되는 '제1종 저공해자동차'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교통에너지환경세'를 '교통, 환경, 에너지'로 구분할 때 교통은 세금의 사용 목적이 다르다는 점을 봐야 하고, 전기차 또한 도로 이용에 따른 과세의 필요성은 충분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논란이 주목을 받는 데는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차 100만대 목표가 배경이다. 보급을 이루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유류세 문제가 선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보급대수가 많지 않아 보조금 부담이 낮지만 2025년까지 100만대에 보조금을 지급하려면 줄어드는 유류세를 보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결국 수송용 전기에도 세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친환경차 보급에 있어 유류세 논란은 꽤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오로지 보급에 방점을 두다 보니 논의를 애써 외면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린 뉴딜'로 대표되는 정부의 4차 산업 미래전략에 '친환경 모빌리티'가 중심을 잡으면서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뒤늦은 논의에 따른 혼란보다 현실 인식에 따른 제도 개편이 미래전략 추진 과정에서 보다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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