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석 감독 "북핵 시뮬레이션 보여주고 싶어요"

입력 2020-07-27 11:26
수정 2020-07-27 13:53


“북핵을 둘러싼 열강 판도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영화는 싫든 좋든 언론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거든요.” 양우석 감독은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을 만든 목적을 이렇게 말했다.

'변호인’(1137만명)으로 국내 대표 흥행감독 반열에 오른 양 감독은 자신이 쓴 세 편의 원작 웹툰‘스틸 레인’을 두 편의 영화로 내놨다. 북한 군부의 쿠데타로 남쪽으로 피신한 북한 정상을 그린 ‘강철비’(445만명)를 잇는 이번 속편은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던 한국 북한 미국 정상들이 북한 강경파 군부에 피랍돼 핵잠수함속에 인질로 갖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는 북한군 간 총격전, 잠수함 간 전쟁 등으로 오락적인 재미를 주는 동시에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인 역학관계를 보여준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양 감독을 만났다.



“세계 많은 석학들은 북한 핵무기를 둘러싼 한반도가 갈 길을 크게 네 가지로 분석했어요. 전쟁, 협상을 통한 비핵화, 북한 체제의 붕괴, 대한민국의 핵무장 등이죠. 우리 운명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한국은 네 가지를 다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이번 영화에 담았어요.”
중국에 충성하는 북한 강경파, 협상 대신 전쟁을 원하는 미국 네오콘, 센카쿠 열도에서 중일전쟁을 일으키려는 미국, 전장을 센카쿠열도에서 독도로 옮기려는 일본 극우파 등 다양한 세력들로 인해 한반도는 전쟁 위기로 치닫는다.“우리는 지난 70년간 여러 대비를 잘해왔지만, 북한 체제 붕괴에 대해서는 대비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강철비’ 시리즈에서 쿠데타 등 북한 정권 붕괴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정상들을 납치한 북한 군부와 함께 독도에서 음모를 꾸미는 일본 극우파가 세계대전 위기로 몰아간다. “하지만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빌런(악당)으로 보이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모두가 나름의 논리를 지녔으니까요. 독도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는 실제로 논의 됐고, 계획되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극중 중재자 노릇을 하는 한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는 진지하게 그려졌지만 영국배우 앵거스 멕페이든이 연기한 스무트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연상시키도록 코믹하게 묘사했다. "관객들에게 숨을 쉽게 해주는 풍자와 해학의 대상은 늘 강자입니다. 약자를 풍자하면 의미가 전달되지 않거든요. 트럼프 대통령의 싱크로율이 높은 것은 미국이 최강자이기 때문이죠. 배우가 신이나서 연기해 싱크로율이 더 높아진 것 같아요.”

유연석이 연기한 북한 최고지도자 조선사와 곽도원이 분한 호위총국장 박진우는 북한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우리가 북한을 볼 때 ‘정신병자’처럼 느끼곤 합니다. 간과 쓸개를 빼줄 것처럼 다 하겠다고 하다가 또 자해 수준으로 바뀌니까요. 그래서 캐릭터를 둘로 나눴어요. '조선사'라는 이름은 평화를 원하는 북한 주민들의 정서를 담았고, 박진우는 중국과의 '혈맹'을 강조하며 평화를 위협하는 캐릭터로 꾸몄어요. 이들은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존재예요.”

김정은과 전혀 닮지 않은 유연석을 북한 최고지도자로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정은을 패러디할 수는 없었어요. 김정은과 정말 반대되는 이미지를 지닌 분을 캐스팅해야 싱크로율을 맞춘 게 아니구나할 것 같았아요. '강철비'1편에서는 김정은과 비슷한 풍채의 인물을 캐스팅했지만, 말 한마디 안하는 식물인간이었죠.”

'스틸레인' 웹툰을 연재 중인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는 최근 '강철비' 시리즈를 슈퍼IP(지식재산권)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콘텐츠 마케팅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원작을 영화화하는 비율이 미국에서는 70%, 일본에서는 90%에 이릅니다. 웹툰 플랫폼에서도 상위 10%와 하위 90% 간 매출 구조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괜찮은 웹툰 IP를 영화와 드라마, 게임 등으로 확장하겠다는 거죠. '강철비'도 앞으로 게임 등으로 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