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폭행·갑질' 죽음 내몬 APT 주민, 첫 재판부터 '삐걱'

입력 2020-07-24 16:11
수정 2020-07-24 16:13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입주민의 첫 재판이 열렸지만 진행되지 못했다. 변호인이 법정에서 사임 의사를 밝혀서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허경호)는 24일 서울 강북구 소재 모 아파트 경비원 최모씨에게 갑질을 하며 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입주민 심모(48·구속기소)씨의 상해 등 혐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심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밝혔고, 변호인은 이에 대한 인정 여부 등 입장을 말해야 하는 차례가 오자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변호인은 "(피고인과) 사전에 사임하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시간적인 이유로 새로운 변호인을 아직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심씨에게 첫 공판기일이 늦어지고 있는 점을 들며 "법원에서 국선변호인 선임을 하겠느냐, 아니면 다른 변호인을 선임하겠느냐"고 물었고 심씨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며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답했다.

따라서 이날 심씨 재판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고 다음 달 21일 재판을 다시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구속 사건이어서 반드시 변호인이 있어야 하는데, (변호인이) 사임한다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서 진행할 수 밖에 없다"며 "피고인이 일부러 재판을 지연시킨다는 오해는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재판이 많이 지연된 만큼 (피고인은) 최대한 빨리 결정을 하라"며 "만약 일주일 내로 변호인 선임계가 접수되지 않으면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수사 당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 심씨는 1차 공판을 앞두고 지난달 30일과 이달 7일 두 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또 이달 22일에는 호소문도 제출했다.


심씨는 지난 4월21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아파트 단지 안에서 이중주차 문제로 경비원 최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심씨는 최씨를 여러차례 폭행하고 사직을 강요한 혐의로 같은달(4월) 28일 입건됐다.

최씨가 사망 전 남긴 음성 유서파일에 따르면 심씨는 최씨를 폭행하기 전에 폐쇄회로(CC)TV가 있는지 확인하며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심씨는 쌍방폭행을 주장하며 부상 치료비까지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최씨는 녹음파일에서 "(심씨가) 화장실로 끌고 가 문을 잠그고 CCTV가 있는지 3차례 확인한 뒤 'CCTV가 없다. 잘됐다'며 모자를 벗기고 때리기 시작했다"며 심씨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최씨는 "정신적인 고통과 스트레스로 잠을 한 번 편히 못 잤다"며 "제발 결백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최씨는 심씨의 괴롭힘에 괴로워하다 결국 5월10일쯤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 5월27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심씨를 구속 송치했고 서울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는 심씨를 6월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심씨가 허위고소한 사실을 새롭게 파악해 무고 혐의도 적용, 특가법상 보복감금·보복폭행·상해, 강요미수, 협박, 상해 등 총 7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