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바람난 남편이 제게 사망보험금 얼마 나오냐고 물어요"

입력 2020-07-26 08:26

두 아이를 둔 30대 여성 A 씨는 최근 불안에 떨고 있다. 남편에게 당혹스러운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입한 보험과 사망보험금에 대한 것이었다.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였다면 아내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물어봤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A 씨 가정의 상황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A 씨는 "남편이 성매매를 하다 업소 여성과 눈이 맞아 집을 나갔었다. 그 여자와 동거를 하다가 몇 개월 후 집에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바람이 나기 전에도 가정폭력을 일삼았던 남편은 집에 돌아온 후 "그동안 폭행한 것, 미안하고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A 씨가 사과를 받아들이자 남편은 갑자기 다정다감한 남편으로 변신했다. 평소엔 잘 하지 않았던 '사랑한다'는 말을 하거나, 집안 청소를 하고, 육아를 도와줬다.

어느날 남편은 아주 자연스럽게 "너 보험 있지? 사망보험금은 얼마야? 없으면 보험 들자"고 물었다.

A 씨는 "너무 소름이 돋았다"고 털어놨다. 남편 B 씨는 부부싸움 할 때마다 신혼집인 아파트 11층에서 A 씨를 창 밖으로 던져버린 다는 폭언을 자주 했다. 그러면서 "산후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또 "남편은 회사 동료들과 통화하면서 '와이프가 산후우울증이라 우울해한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제 가정사를 아는 분들에게 상담을 했더니 남편이 절 죽이려고 하는 것 같다는 말들이 돌아왔다"며 불안해했다.

현재 A 씨는 이혼소송 준비 중이다. 재산분할부터 위자료, 양육권까지 파악해 놓은 상태다. 주변에서는 이혼 소송을 진행하면서 남편과 함께 사는 건 위험하다고 집에서 나오라고 조언해줘서 갈등 중이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보험금 수령자를 친정 부모님으로 바꿔놓는 게 좋겠다", "신변의 위협을 느낄 상황이다. 얼른 집에서 나와야 한다", "소송 준비한다는 티를 내지 말고 변호사와 빨리 관련 내용 상담하는 게 좋을 듯 하다", "보험사망금 관련 살인사건들과 너무 유사한 패턴이라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극단적인 사례긴 하지만 이혼전문 변호사라면 가정폭력과 사망보험금의 연관관계에 대해 어떻게 조언할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에게 들어봤다.
가정폭력과 사망보험금
요즘 같은 세상에 가정폭력이 있을까 의문이 있는 사람이 있지만 아직도 가정폭력 문제는 심각합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이 가정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결혼기간 동안 거의 매일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사례도 상당수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심지어 아내가 남편이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자신을 살해하지 않을까 불안에 떨고 지내고 있습니다. 배우자가 자신의 목숨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불안해서 도저히 같이 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가정폭력으로 이혼을 상담하는 상당수는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폭력이 심하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그런데 어떠한 폭력이든 습관적인 속성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한 두 번 가벼운 폭력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점점 강도가 심해지고, 횟수가 늘어납니다. 그런데 왜 피해자는 처음부터 이혼을 결심하지 않을까요?

상당수의 가해자는 폭력 후에 ‘반성한다’, ‘잘하겠다’고 하면서 안심시킨다. 하지만 피해자가 용서해주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폭력을 행사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남편과 아내는 서서히 폭력에 길들여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되면 사태의 심각성이 무뎌지고 익숙해집니다. 그런데 가정폭력이 더 심각한 이유는 그러한 폭력이 대물림된다는 데 있습니다. 부모의 폭력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폭력을 배우고 학습합니다. 특히 아들의 경우,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밉다! 나는 크면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결혼하면 아버지와 똑같이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님의 삶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모습을 답습하고 학습하는 것입니다. 가정폭력은 남편이나 아내는 물론 그 가족 구성원까지도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것입니다.
폭력 남편에 대해 어떤 증거를 마련해야 하나?
폭행을 당한 경우, 즉시 사진을 찍고 가능하면 동영상 촬영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 후 가까운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이때 진단서는 상해진단서를 발급받는 것이 좋고 진단서 <상해 원인란>에 ‘배우자의 폭행으로 인해 상해를 입었다‘는 점을 명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증거들이 없다면 자녀들이나 지인들이 목격한 경우 진술서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법적 처벌은 어떻게 될까?
형법 제257조(상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거나, 제260조(폭행)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3조(보호처분 등의 불이행죄)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아내 사망시 사망보험금은 무조건 남편이 받아야 할까
상법 제731조는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 시에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때문입니다.

따라서 만약에 남편이 아내 몰래 아내 사망을 대비하여 보험에 가입해도 아내의 서면동의가 없는 경우 보험계약은 무효가 됩니다.

만약 아내 스스로 생명보험계약을 가압한 경우 수익자를 지정할 수 있으므로 남편 말고 자녀 등 다른 사람으로 지정하면 됩니다. 계약자인 아내가 남편에서 자녀로 수익자를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지정하지 않고 가입했으면 상속인이 수익자가 되므로 빨리 남편과 이혼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혼이 되면 남편은 상속인이 아니므로 수익자가 될 수 없고 자녀가 수익자가 됩니다. 아내가 집에서 나와야 할까?가정폭력의 경우 피해자는 신속하게 가해자와 분리되어야 합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해서 괴롭히고 심지어는 폭력, 협박, 중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해자가 계속 괴롭힐 경우 경찰에 가정폭력으로 신고하고 긴급임시 접근금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법원에 직접 피해자보호명령이나 이혼재판을 하면서 접근금지가처분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법원은 가정폭력이 심각할 경우 배우자의 집과 직장 등 100m 이내에는 접근을 금지하는 처분을 명할 수 있습니다. 가처분결정은 비교적 신속하게 이루어지므로 본안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폭력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폭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맞을 만한 행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상대가 잘못을 했다고 해도 감정적인 폭력만큼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가정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주변에서도 이를 고치기 위해 적극 나서서 노력해야 합니다.


도움말 =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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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