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상상 그 이상을 내놓는다…'페이팔 마피아'의 일하는 방식

입력 2020-07-23 15:14
수정 2020-07-23 15:16
비즈니스 SNS 기업 링크트인 창업자인 리드 호프먼은 “우리는 모든 것이 연결된 혼란스러운 새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혼란의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기업의 사업모델 변경, 신규 사업 발굴 및 조직 운영 방식 등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페이팔 마피아’는 전자결제시스템 회사인 페이팔 출신 220명을 이르는 말이다. 이들이 혁신적인 성공을 통해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그룹으로 성장한 것을 마피아에 빗댔다. 피터 틸, 일론 머스크, 리드 호프먼, 스티브 챈 등 페이팔 마피아는 2003년 페이팔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에 매각한 자금을 밑천 삼아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하거나 투자하는 데 뛰어들었고, 눈부신 성공을 일궜다. 테슬라, 유튜브, 링크트인, 페이스북, 스페이스X 등 다수의 ‘유니콘’ 기업이 이들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대부분 스탠퍼드대나 일리노이대 출신인 페이팔 마피아들은 ‘원조 페이팔’의 벤처정신을 전파하며 많은 스타트업 기업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페이팔 문화의 원조는 ‘재빨리 움직여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기민하다. 방향을 잘 잡고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내에서도 열풍이 부는 ‘애자일(민첩함) 조직’의 대표적 모범 사례다.

그러나 이 기민함이 빛을 발하는 것은 실험정신과 실패를 포용하는 문화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열린 사고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공유하는 토론문화를 자랑한다.

전통적 기업과 가장 다른 부분은 유연하게 사내외에서 네트워킹을 통해 일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킹이 잘 되는 개인과 조직은 성과도 좋고 심리적 성공 만족도가 높다는 것은 이미 수십년간 입증된 학계의 정설이다. 이들은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이를 구현하고 있다.

게다가 협업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정적인 경직된 조직구조를 지양하고 최대한 프로젝트 중심으로 조직을 설계한다. 성과를 냈다고 해서 그 조직을 영구적으로 정착시켜 의지하기보다는 해산과 재조합을 통해 다른 팀의 멤버로 일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되풀이한다.

외부 인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겠지만 바로 그룹 내부에 두기보다는 검증된 전문가들을 그들 네트워크 전반에 포진시킨 뒤 적절히 활용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직원을 채용하고 ‘좋은 친구’가 될 만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유지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사회로의 진화라고 정의하며 이 흐름이 우리의 모든 시스템을 바꿀 것이라고 예언했다. 결국 변화의 파도를 잘 타기만 하면 필연적으로 기업들의 성장속도는 더 빨라지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페이팔 마피아와 같은 경쟁자가 상상도 못했던 혁신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들을 열광시킬 것이다.

기민한 실험정신과 개방성, 네트워킹으로 전통적인 거대기업들을 추월하고 있는 페이팔 마피아의 일하는 문화를 배워봄직 한 이유다.

한준기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