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화장품 경쟁서 살아남기

입력 2020-07-23 17:59
수정 2020-07-24 00:06
세상에 나온 모든 제품에는 수명이 있다. 브랜드도 사멸하는 것이 진리이기 때문에 회사는 꾸준히 신제품을 개발하고 브랜드를 광고한다. 한때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린 세계 1위 업체도 시장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흔하다. 휴대폰 업계 1위였던 핀란드의 노키아, 디지털카메라를 어느 누구보다 먼저 개발하고도 디지털화 때문에 사라진 코닥이 그렇다. 놀라운 사실은 노키아가 애플보다 먼저 스마트폰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화장품 업계 역시 그 어느 업종보다도 변화가 빠르고 다이내믹하다. 소비자의 기호와 유통 환경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면 신생 브랜드도 소비자 마음에 드는 제품을 출시하고 특정 유통망을 공략한다면, 단기간에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많은 K뷰티 회사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 마케팅으로 한두 품목씩 글로벌 히트 아이템을 내놓으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라도 경쟁 제품 출현과 소비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히트 상품이 매장에서 차츰 사라지고 회사의 수명이 다하는 경우 역시 흔하다. 히트 아이템을 연속해서 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지·발전시키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지 보여준다.

1980~1990년대엔 방문판매가 화장품 유통의 주된 방식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동네마다 있던 종합화장품 코너인 화장품 전문점이 주류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마트나 브랜드숍으로 주류가 자리바꿈하더니 헬스&뷰티숍으로 시대에 따라 유통 중심이 바뀌었다. 이제는 누가 뭐라 하더라도 온라인 시장이 글로벌 대세다. 이렇게 유통 환경이 바뀌면서 화장품 업계 순위도 지각변동이 이어져 왔다.

이제는 국내 상황뿐 아니라 중국의 왕훙 라이브쇼핑 방송을 빼놓고는 화장품 유통을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다. 영어권 마케팅을 놓고 보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한 공동구매 형식의 유통에 익숙해져야 한다. 글로벌 마케팅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 순식간에 소비자들의 눈에서 멀어지게 되고 잊혀지게 된다. 특히 온라인 시대엔 살아남은 소수가 시장을 지배하는 모습이 화장품을 넘어 다양한 업종에서 목격되고 있다.

최근 화장품 업계에서는 젊은 기업을 중심으로 SNS를 활용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기존 브랜드보다 높은 매출을 올리곤 한다. 온라인에서 검증을 거치며 생존경쟁에서 우뚝 섰다는 의미에서 이 같은 현상은 오래 지속되리라 믿는다. 그러나 영업 환경은 바람처럼 변화무쌍하기에 방심하는 순간 뒤처지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뿌리 깊은 나무처럼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대처한다면 글로벌 매장에서 사라지지 않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