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문명인은 음료를 만드는 사람이다. 차는 의약품에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품으로,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한 잔 음료가 된다.”
성균예절·차문화연구소장을 지낸 김세리 성균관대 교수는 동아시아 차 역사를 이렇게 요약한다. 조미라 북팔 이사와 함께 쓴 《차의 시간을 걷다》에서다. 김 교수는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차가 기호품으로 발전한다”며 “교역에서도 중요한 상품이 돼 상업의 발달을 이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동아시아에서 다도(茶道)가 확산되고 발전한 맥락을 소개한다. 저자는 차를 즐기는 방식에 따라 시대를 나눈다. 중국 당나라 시대 찻잎을 솥에 넣고 끓여먹던 시기를 ‘고전 시대’로 부른다. 이때부터 차를 마시는 행위가 귀족 사이에 고상한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차를 달이는 방식도 복잡해졌다. 당시 귀족들은 찻잎을 쪄서 말린 뒤 뭉쳐 차 덩어리로 제작한 ‘단차(團茶)’를 솥에 넣어 끓여 먹었다.
송나라시대로 접어들자 차를 먹는 방식이 다채로워졌다. 저자는 이를 ‘낭만시대’라 지칭한다. 문인들은 찻사발에 가루를 낸 차를 올리고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어 대나무 솔이나 숟가락으로 저어 마셨다.
남송시대부터 ‘꽃차’가 퍼졌다. 제작법은 간단하다. 녹차, 보이차, 홍차 등 찻잎에 꽃잎을 섞어 넣어 향이 잎에 스미게 한다. 하지만 새로 나온 차 제조법은 아니다. 귀족들은 이전부터 꽃즙을 차에 넣어마셨다. 저자는 “주원장이 단차를 사치품으로 여겨 금지하자 잎차의 심심한 맛을 벗어나려 평민들도 꽃차를 즐기기 시작했다”며 “시루에 찌지 않고 솥에 덖어 차를 달이자 곳곳에서 산지별로 개성 강한 꽃차가 등장했다”고 설명한다.
고려에서는 귤껍질을 말려 넣은 ‘청귤차’가 나왔다. 현대에도 ‘청귤 에이드’로 이어지는 차 제조법이다. 저자는 “예나 지금이나 차의 상서로움과 귤의 덕을 한잔 차로 우려내 마시면 가장 맑은 복인 청복(淸福)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