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경기의 하강 속도가 빨라졌다. 상반기엔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6월 대중국 수출 개선 등 3분기에는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23일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이 447조894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6.8%)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1분기(-1.3%)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경우,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공식적으로 지난해 국가통계위원회에서 2017년 9월을 경기 정점으로 발표했다"며 "해당 시기 이후부터는 경기 하강기에 처해있었고, 코로나 쇼크로 경기 하강이 더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2분기 성장률 예상보다 '부진'…"스마트폰·자동차 해외 수요 급감"2분기 성장률은 앞서 한국은행의 예상치인 -2% 초중반보다 더 부진했다. 코로나 여파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급감한 영향이다. 수출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16.6%를 기록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도 각각 1.3%와 2.9% 감소했다.
박 국장은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2분기에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며 "수출 대상국 이동제한 조치가 진행되면서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해외 수요가 급감했고, 해외 공장 폐쇄 조치로 가공 중개무역도 크게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로 민간소비는 1.4% 증가했다. 1분기(-6.5%) 대비 급반등한 것이다. 서비스 부문 개선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서비스업도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운수업 등을 중심으로 1.1% 감소했다.
그는 "민간 소비는 재난지원금 효과로 2분기부터 개선되기 시작했지만, 코로나 이후 고용지표가 악화되면서 서비스 부문 개선세는 기대에 못 미쳤다"며 "코로나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소비심리가 제약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3분기 성장률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중국처럼 경기가 급반등할 수 있고, 수출도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은 1분기 -6.8% 성장률을 기록했다가 2분기 3.2%로 급반등했다.
박 국장은 "중국 경기는 코로나가 어느 정도 컨트롤되니까 급반등해, 코로나가 진전되면 급반등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6월 대중국 수출도 플러스를 보인 만큼, 3분기 수출은 전분기 대비 회복 기미를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6월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다.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중국 내수 시장이 성장한 영향이다.
이는 정부의 예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날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추경, 한국판 뉴딜 등 정책효과와 2분기 성장을 제약했던 해외 생산이 정상화되는 가운데 기저 영향까지 더해질 경우, 코로나가 진정되는 3분기엔 중국과 유사한 경로의 경기 반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출 외엔 정부의 정책이 성장률 제고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뚜렷하게 경기 반등을 하도록 정책적 노력이 최선"이라며 "코로나가 어떻게 진전될 것인가와 더불어 정부 노력도 성장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한국은행이 전망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0.2%를 달성하기 위해선 3분기와 4분기 3%대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