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기본급을 월 10만원 이상 올려달라고 회사 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상급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조의 지침인 기본급 6.5% 인상 요구를 그대로 따랐다. 최근 “우리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노조가 결국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이날부터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2020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 논의를 시작했다. 노조 집행부가 작성한 초안을 보면 기본급 인상분은 12만304원(호봉승급분 제외)이다.
연간 174만 대 수준인 국내 공장 생산량을 유지한다는 조항도 단협에 추가하자고 요구할 계획이다. 해외 공장에서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생산 물량을 국내 공장으로 가져온다는 조항 역시 요구안에 포함될 전망이다. 해외 공장보다 국내 공장 물량을 우선 확보해 고용이 줄어드는 것을 차단하려는 포석이다. 고용안정기금 마련과 완전한 고용보장을 위한 노사 합의도 요구안에 들어간다. 이 밖에 정년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시니어 촉탁제도 연장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 건립 및 다품종 소량 생산 공장 운영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최종 요구안은 23일까지 확정하기로 했다. 현재 분위기로는 집행부가 마련한 초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금속노조의 지침을 거스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전망이 극도로 불투명한 상황에서 임금 인상의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임원들은 임금을 20%씩 반납하고 있다. 현대차 직원의 평균 연봉은 9600만원이다.
현대차 노사는 다음달 13일부터 임단협 협상을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현대차 노조가 ‘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적어도 협상 과정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업계에선 노조가 파격적으로 임금을 동결하거나 소폭만 올리자고 제안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