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이케아 품은 현대, 백화점 성공 공식 다시 쓴다

입력 2020-07-22 17:25
수정 2020-07-23 02:37

현대백화점 천호점엔 지난 4월 말 국내 첫 이케아 도심형 매장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가 들어섰다. 업계에선 ‘경쟁사마저 품은 파격적 시도’란 평가가 나왔다. 이케아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리바트의 경쟁사이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이케아의 집객 효과가 높을 것으로 봤다. 최근 백화점의 효자 상품군으로 떠오른 리빙 부문 매출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전략은 통했다. 5월 천호점 리빙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0% 이상 뛰었다. 예병우 현대백화점 천호점 판매기획팀장은 “도심에 처음 생긴 이케아를 구경한 뒤 바로 옆에 있는 다른 가구와 가전 등을 사는 고객이 많았다”고 말했다. “리빙 뜬다” 트렌드 꿰뚫은 전략 유통업계에선 “소득 1만달러 시대에는 차를 바꾸고, 2만달러 시대에는 집을 바꾸고, 3만달러 시대에는 가구를 바꾼다”는 게 통설이다. 앞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긴 국가들이 다 그랬다. 이케아가 2014년 한국에 진출한 것도 이런 전망 때문이었다.

현대백화점은 한발 앞서 이런 트렌드를 예상했다. 국내에서도 집 꾸미기 열풍으로 가구·인테리어 제품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봤다. 2012년 현대리바트를 인수했다. 2014년엔 천호점 증축·리뉴얼 계획을 세우면서 리빙관을 두 개 층으로 꾸미기로 했다. 국내 어떤 백화점도 하지 않은 시도였다.

작년 초 5년에 걸친 공사 끝에 두 개 층, 총 5300㎡(1600평) 규모의 천호점 리빙관이 문을 열었다. 리빙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도 피해갔다. ‘집콕족’이 증가하며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천호점 리빙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천호점 핵심 상권인 강동구, 송파구 인근에 최근 2만여 가구의 신규 아파트가 입주해 홈퍼니싱 제품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천호점 리빙관 차별화에 공을 들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천호점 이케아 매장은 두 달간 당초 목표를 50% 초과 달성했을 정도로 인기다. 천호점에 입점한 다른 리빙 브랜드들도 이케아 입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케아 개장 이후 두 달간 이케아를 제외한 다른 가구 브랜드 매출은 118% 증가했다. 식기(23%), 침구(18%) 등 리빙 관련 상품군 매출도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27일 서울 디큐브시티점에 두 번째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를 열기로 했다. 1층에 카페…고정관념 깬 시도현대백화점 천호점은 강동·송파의 복합 쇼핑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고정관념을 깬 다양한 시도를 했다. 천호점 1층엔 들어서자마자 카페와 레스토랑이 나온다. ‘마호가니’와 ‘라그릴리아’다. 여기선 통유리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마시고,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백화점 1층에 화장품·명품 매장을 배치하는 공식, 백화점 1층엔 유리창이 없다는 공식을 과감히 깬 사례다. 김정빈 SPC 라그릴리아 매니저는 “주말은 물론 평일 점심에도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1층뿐만 아니라 식당가와 지하 식품관에도 공을 들였다. 12층 전문 식당가는 통유리창으로 한강과 아차산을 보며 식사할 수 있도록 ‘스카이라운지’ 형태로 설계했다. 백화점 식당가 한 층 전체를 스카이라운지 형태로 꾸민 것도 현대백화점 천호점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은 인근에 대거 입주한 2030세대 가족을 끌어들이기 위해 키즈·패밀리관에도 신경을 썼다. 회전목마와 편백 놀이터를 갖춘 고급 키즈 카페 ‘릴리펏’을 입점시켰다. 키즈카페 바로 옆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1000㎡(약 303평) 규모의 야외 정원을 조성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