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가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면 오르간은 웅장한 우주를 보여줍니다.”
오르가니스트 박준호(34)가 생각하는 피아노와 오르간의 차이다. 얼핏 들으면 과장된 표현 같다. 지난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피아노 선율은 연주자가 건반을 누르는 순간부터 음량이 줄어들다 이내 사라집니다. 파이프를 통해 공기가 들어오는 오르간은 건반을 누르고 있으면 끝없이 화음이 뿜어져 나오죠.”
그는 오르간만의 또 다른 매력으로 “악기 하나만으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오르간에는 ‘스톱’이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오보에, 플루트 같은 관악기나 비올라,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 선율을 낼 수 있게 하는 장치입니다. 80여 개의 스톱을 조정하면 오케스트라처럼 연주할 수 있죠.”
박준호의 이런 설명을 귀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연이 열린다. 오는 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오딧세이 인터스텔라’다. 롯데콘서트홀의 기획 시리즈 ‘오르간 오딧세이’ 중 하나다. 이날 공연에선 박준호가 피아니스트 이민준과 함께 오르간-피아노 협연을 펼친다. 협연 곡목은 영화 ‘인터스텔라’ OST 중 ‘퍼스트 스텝(First Step)’ ‘노 타임 포 코션(No time for caution)’과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이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피아노 선율과 다양한 오케스트라 악기 소리를 내는 오르간의 특성이 어우러지는 곡들이다. 오롯이 오르간의 매력을 감상할 수 있는 곡도 연주한다. 박준호는 홀스트의 ‘행성’ 중 ‘목성’ 연주로 웅장한 우주의 소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오르가니스트 중에는 피아노로 시작했다가 오르간으로 갈아탄 연주자가 많다. 박준호는 처음부터 오르간을 전공한 연주자다. “중학교까지는 피아노와 오르간을 같이 쳤습니다. 제 연주를 들은 오자경 교수께서 ‘피아노 대신 오르간을 전공으로 삼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셨죠.”
박준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오르간 전공자로는 처음으로 입학했다. 졸업 후 프랑스 툴루즈국립음대에 진학했고 오스트리아 그라츠 오르간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오르가니스트로서 이름을 알렸다.
오르가니스트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지만 무대에 오를 때는 늘 힘들다고 했다. 오르가니스트들은 손으로 4개의 건반을 치고, 발로도 건반을 밟아야 한다. 건반이 많으니 악보도 그만큼 복잡하다. “오르간 악보에는 피아노보다 한 줄씩 더 적혀 있습니다. 최근에는 레가토(음을 부드럽게 이어 치는 연주기법)가 중요해지면서 발도 쉼 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서 구두도 늘 뾰족한 것만 골라 신어야 하죠.”
이처럼 체력적으로 고된 오르간 연주를 꾸준히 이어가는 이유를 물었다. “오르간 연주는 늘 새롭죠. 오르간 버전으로 악보를 편곡하고 스톱을 조정하면 저만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기분이 듭니다. 연주회마다 새로운 소리를 찾아가죠. 관객들도 생소하지만 신선한 오르간만의 화음을 즐기기를 바랍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