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논설실] 법무부까지 나서 잡겠다는 부동산 투기꾼

입력 2020-07-23 09:14
수정 2020-07-23 09:24

이젠 법무부까지 부동산 투기꾼을 잡겠다고 나섰다. 법무부는 검찰에 부동산 불법 투기사범에 대해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22일 밝혔다. 부동산 투기꾼을 적극 단속하고 수사해 범죄수익까지 철저히 환수하라는 것이다. 법무부가 제시한 부동산 범죄는 △기획부동산 및 부동산 전문 사모펀드 등 금융투기자본의 불법행위 △개발제한구역, 농지 무허가 개발행위 △차명거래행위 △불법 부동산 중개행위 △조세포탈 등이다. 법무부는 "최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전문 사모펀드 등 투기세력의 불법행위로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이례적으로 검찰까지 동원해 부동산 투기 단속에 나선 것은 추미애 장관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은 최근 연일 SNS 등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비난해왔다. 그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융의 부동산 지배를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하는 21세기 금부(金不)분리 정책을 제안한다"고 썼다. 다음 날엔 "한 사모펀드가 강남 아파트 46채를 사들였다는 언론보도가 있다"면서 "강남 한복판에서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가 일어나고야 말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엔 "부동산이 서민의 인생을 저당잡는 경제시스템, 이것은 일찍이 토건세력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가 만든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동안 집값이 급등한 것은 다주택자와 같은 투기꾼 탓이라며 세금폭탄과 대출금지 규제를 했던 정부 정책노선의 연장이라고 봐야할 거 같다.


이 대목에서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와 투기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과연 투기꾼이 집값 앙등의 진짜 주범일까'등의 궁금증이 생겨난다.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와 투기는 실수요 여부에 따라 구분짓는 게 일반적이다. 주거 목적이나 임대 수익을 위해 집을 산다면 투자이지만, 시세 차익만을 노리고 산다면 투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부동산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주거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더라도 기왕이면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을 사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투기와 투자는 백짓장 한 장 차이라는 말도 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꾼으로 지목해 세금폭탄을 쏟아 붓겠다는 다주택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시세 차익만이 아니라 장래 주거목적이나 임대수익을 위해 여러 채를 소유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임대주택 사업자 제도가 있는 것도 그래서다.

최근 집값 상승을 실체도 불분명한 투기꾼 탓으로 돌리는 건 해법만 꼬이게 할 뿐이다. 자칫 정책실패에 대한 정부의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 주택은 사람들의 주거공간이란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다. 상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시장에 수요보다 공급이 적기 때문이다. 초저금리에 시중 유동성이 3000조원을 넘는다고 하니 살기 좋은 곳에 새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난 건 당연하다. 이런 급격한 수요 증가에 공급이 따르지 못해 집값이 올라간다고 봐야 한다. 집값 급등의 해법도 공급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 특히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에 살고 싶은 집을 늘리는 질적 확대에 신경 써야 한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서울 강남 재건축은 온갖 규제로 막아놓고, 교통도 불편한 서울 외곽과 변두리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정부의 공급대책이 과연 효과를 낼지 의문이다.

차병석 수석논설위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