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여성가족부를 폐지할 수 있을까?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입력 2020-07-22 11:42
수정 2020-07-22 11:48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여성가족부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 은 모 씨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관한 청원'을 올리면서 "여성가족부가 성평등 및 가족, 청소년 보호 등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하라는 성평등 정책은 하지 않고 남성혐오적이고 역차별적인 제도만을 만들며 예산을 낭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원래 해야 할 일 중 하나인 여성 인권 보호조차도 최근의 정의기억연대 사건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들에서 수준 이하의 대처와 일처리 능력을 보여줬다"고도 했습니다. 이 청원은 10만명 동의를 받으며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안건으로 회부됐습니다.

이 청원이 행안위에 부쳐진 것은 행안위에서 정부조직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정각부를 규정한 정부조직법 제26조에는 18개 정부부처가 나열돼 있습니다. 여가부를 폐지한다면 이 조항을 수정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돼 처리돼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여가부 폐지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여가부의 상징성 때문에 폐지에 대한 정치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여가부 폐지에 앞장설 리는 만무합니다. 애초 여가부의 전신인 여성부는 김대중 정부 때 신설됐습니다. 여성가족부로 처음 확대·개편된 건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일입니다. 여가부는 진보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부처입니다. 게다가 오거돈 부산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성추행으로 물러났는데 여가부마저 폐지한다면 역풍이 상당할 겁니다.

여가부 폐지 청원까지 올라온 것은 여가부가 자초한 측면이 큽니다. 여성 인권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특정 진영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여가부는 장자연 사건의 증언인인 윤지오 씨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 씨에 대한 지원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반면 정의기억연대 횡령 의혹이 일어난 상황에서 정의연에 대한 지원 자료를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구는 거부했습니다. 오거돈 부산시장 성추행 사태 때는 침묵했고, 박원순 서울시장 일에는 늑장 대응했습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앞서 "여가부가 친문(친 문재인) 여성은 보호하고 비문 여성은 방치하고 있다"며 "여가부는 친문 여성들만의 부처가 아니라 모든 여성을 위한 부처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에서는 이와 별개로 여성가족위원회 폐지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여가위를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통합하는 방안을 담았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월 4회 이상 상임위 법안소위를 열어야 하는데 여가위가 전담하는 업무가 많지 않아 이 규정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이유입니다. 다른 상임위와 함께 활동하는 겸임 상임위라 전문성을 높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야당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정재 여가위 통합당 간사는 "입으로만 정의, 입으로만 젠더, 입으로만 도덕을 외치며 국민을 속여왔던 '입진보'가 이제는 여성 문제에 있어서는 대놓고 행동으로 퇴보를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참으로 무책임하고 한심한 발상"이라며 "같은 논리라면 그동안 쪽지 예산, 밀실 예산에 최근 '무심사 추경'까지 논란이 끊이질 않는 또 다른 겸임 상임위인 예결위도 통폐합하자고 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여가부 폐지 청원은 앞으로 행안위 청원심사소위에서 심사될 예정입니다. 심사 결과에 따라 청원이 전체회의에 부의돼 논의가 진행될 수도 있고, 기각될 수도 있습니다. 국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