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원장조차 비판하고 나선 민주노총의 非민주성

입력 2020-07-21 18:12
수정 2020-07-22 00:27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조직 내 일부 강경파의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행태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의 어처구니없는 행태야 수없이 봐왔지만, 조직 수장이 내부 고발에 나설 정도라니 자못 충격적이다. 홈페이지 등에 올린 10여 분짜리 연설 동영상에서 김 위원장은 ‘대중에 군림하려는 일부 정파’의 자제를 호소했다.

지난달 정부·사용자 측과 원포인트 협상을 통해 어렵게 이끌어낸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 내부 추인과정에서 사달이 터졌다. 강경파 조합원들이 “해고 금지 등이 빠졌다”며 김 위원장을 감금하다시피 해 총리 주재의 ‘노사정 협약 체결식’이 무산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이후 김 위원장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직접 묻겠다’며 소집한 임시대의원대회도 강경파의 공포 분위기 조성에 개최를 위협받고 있다.

민주노총 내부의 비민주성은 ‘각인된 DNA’라고 불러도 될 만큼 상습적이다. 외환위기 때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타협’에 도장 찍었다는 이유로 지도부가 대의원대회에서 각목세례를 받았다. 20여 년이 흘러 최대 노조로 몸집이 커졌지만 폭력성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사태로 여실히 드러났다.

민주노총 강경파는 조합원 수에서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노조조직률(2018년 기준 11.8%)로 추산해보면 전체 근로자의 2%도 안 되는 강경파에 노사정 대타협이 가로막힌 격이다. 이들은 경사노위 참여 등 사회적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구시대적 공공기관 점거투쟁을 여전히 자행하고 있다. 이 판국에 양보를 일절 거부하고, 최저임금 25% 인상을 위해 광장으로 나가자는 주장에 공감할 근로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강경파는 민주노총의 현 지도부를 ‘자본가의 하수인’이라고 극렬 비난하며 노동 경제 민주를 앞세운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민주노총이라는 이름에서 권력과 세습, 그리고 돈을 먼저 떠올린다. 한국은행 노조가 이날 민주노총 전격탈퇴를 결정했다. ‘10% 귀족노조’에서 탈피할 마지막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