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익 그레이프라운지 대표(사진)는 GE리얼에스테이트 대표, 코람코자산운용 대표, 싱가포르투자청(GIC) 한국대표 등을 지낸 30년 경력의 부동산 투자·운용 전문가다. 그런 그가 2018년 창업에 뛰어든 이유는 ‘공유 공간’이 차세대 먹거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는 새로 건물을 짓는 게 수익률이 높았지만 이제는 자산 가치를 올리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며 “공간을 쓰는 방식을 바꾸는 프롭테크(부동산 스타트업)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레이프라운지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스타벅스·위워크의 라운지 및 스터디카페를 결합한 공유공간이다. 시간 단위의 이용권을 구매하면 커피와 유기농 티를 무제한 마실 수 있다. 간식은 물론 식사대용품까지 마련돼 있다. 카페보다 넓은 공간에서 슬리퍼를 신고 편하게 머물면서 일과 공부 등 개인 활동을 하거나 미팅룸에서 비즈니스 상담도 할 수 있다.
기존 스터디카페 및 공유오피스와 구별되는 점은 누구나 원하는 시간만큼 원하는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 덕분에 개인뿐 아니라 공준모(회원 53만 명의 공공기관취업준비 인터넷 카페) 같은 모임 콘텐츠업체, 넥스트챌린지(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등 스타트업이 오프라인 공간 파트너가 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점(1호)을 시작으로 올 3월 강남점(2호)에 이어 이대점(3호)을 설립했다. 지난달 말 기준 7500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 중 20대가 82%로 가장 많고 30대(10%)가 뒤를 잇고 있다.
박 대표는 “1인 가구와 창업 인구가 늘면서 공유 라운지, 커뮤니티 라운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그레이프라운지가 들어서면서 인근 오피스텔 공실도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점 운영 노하우를 쌓아 그레이프라운지를 공간 운영의 대표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공간 활용이 쉽지 않은 건물주들과 공간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오프라인 플랫폼이 목표라는 얘기다. 4호점으로는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을지로 오피스빌딩의 회의공간을 비즈니스 미팅 라운지로 위탁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젊은 층이 모이는 수도권 지식산업센터의 커뮤니티 시설을 관리하거나 대학이 보유한 유휴 부동산 내 커뮤니티 라운지를 맡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 대표는 “오피스빌딩 공실이 늘어나면서 건물주들이 수익률을 높일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건물주를 대신해 공간을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매출을 나눠 윈윈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