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아시아 금융허브 도약 위해 파격 규제완화 검토

입력 2020-07-21 15:35
수정 2020-08-12 00:31
대만 금융당국이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홍콩 탈출을 계기로 아시아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규제 완화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황톈무 대만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글로벌 증권사들이 속속 기존 대만 지점을 확대하거나 새로 사무소를 내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회사 이름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아시아 금융허브로 꼽히는 홍콩은 지난해부터 지속된 민주화 시위에 따른 정치적 불안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떠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중국 정부가 강행한 홍콩 국가보안법은 홍콩의 금융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상하이, 도쿄 등이 아시아 금융허브 자리를 이어받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황 위원장은 "우리가 특별히 어느 지역(홍콩)을 대체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금융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야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은 홍콩 뿐 아니라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로부터 자본과 인력을 유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정부는 홍콩에서 이탈하는 글로벌 기업과 인력을 유치해 인구 감소, 숙련자 부족 등의 경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는 최근 홍콩 시민을 타깃으로 하는 이민 조건 완화 전담 사무소도 마련했다.

대만 금융당국은 글로벌 은행들을 유치하기 위한 대규모 규제완화를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조세피난처에 등록한 자산을 대만으로 이전하기 쉬워지도록 해외 계좌의 대만 송금 제한부터 철폐한다는 계획이다.

대만 금융위는 또 미국 나스닥증시와 스타트업 교차상장을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해외 보험사의 대만 증시 투자를 늘리기 위해 투자 자격을 완화하는 보험업법 개정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대만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약 28조대만달러(약 1150조원)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TSMC가 3분의1 가량을 차지한다. 쏠림 현상이 큰 탓에 대만 정부는 중견 기업 덩치를 키우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홍콩인 이주 유치에 적극적이다. 올해 5월까지 홍콩에서 온 이주민은 3000여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