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형균의 '뚝심'…대한전선, 9년 만에 최대 실적

입력 2020-07-20 17:33
수정 2020-07-21 01:24
나형균 대한전선 사장(사진)은 작년 5월 취임 직후 벨기에로 날아갔다. 브뤼셀에서 열린 ‘CRU 와이어&케이블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유럽 시장은 대한전선엔 불모지였다. 해외 매출의 대부분이 미국, 중동, 호주에서 나왔다.

나 사장은 콘퍼런스에서 해외 케이블 회사 관계자들을 만나 회사를 적극 알렸다. 유럽 본부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도 짰다. 올 상반기 들어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3월과 5월 덴마크와 네덜란드에서 굵직한 수주에 잇따라 성공했다.

대한전선은 올 2분기 매출 3783억원, 영업이익 209억원을 기록했다고 20일 잠정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약 16%, 800% 증가했다. 상반기 매출은 7413억원, 영업이익은 291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약 15배 급증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259억원)을 이미 앞질렀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상반기 기준으로 9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대한전선의 ‘깜짝 실적’은 나 사장의 적극적인 신시장 개척 결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나 사장은 대형 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와 경영전략 컨설턴트로 일한 회계·전략 전문가다. 2015년 대한전선에 부사장으로 합류한 뒤 지난해 5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유럽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세 가지 방침을 세웠다. 수주 입찰 전부터 회사를 알리는 ‘사전 영업’, 익숙지 않은 시장에 도전하는 ‘신규 시장 공략’,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원가 혁신’ 등이었다.

이런 방침에 따라 대한전선은 작년 9월 네덜란드에 영업법인을 새로 설립했고, 올해 네덜란드와 덴마크에서 수주에 성공했다. 덴마크에선 국영 송전 회사인 에너지넷과 8년 동안 HV(고압) 케이블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에너지넷에서 사용하는 케이블의 25%에 달하는 규모다. 그동안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지속적으로 발주 기업과 접촉하며 신뢰를 쌓은 덕에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을 뚫고 장기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대한전선은 올해 유럽 시장 수주액이 작년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일 등에서도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

대한전선은 중동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 해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향후에도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달엔 카타르에 지사를 새로 설립하기도 했다. 나 사장은 “중동 시장에서 추가적인 수주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기존 전력케이블 사업뿐 아니라 광케이블 등 새로운 사업 영역에도 적극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