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가 20일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대한 ‘교통정리’에 나서면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18홀·82만5000㎡)에 ‘미니 신도시’가 조성될 전망이다. 청와대가 구체적으로 이름까지 거론한 만큼 국방부와 서울시가 태릉골프장을 주택용지로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별도로 논란이 된 그린벨트가 보존되는 것으로 정리된 만큼 국공립 시설 부지 상당수가 이달 말로 예정된 주택공급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SETEC과 동부도로사업소, 서울의료원 등 서울 부지는 물론 도심 접근성이 높은 수도권 부지가 우선순위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태릉골프장에 ‘미니 신도시’ 유력
청와대가 주택공급 확대와 관련해 결정한 사항은 △국공립 시설 부지 발굴 △그린벨트 보존 △태릉골프장 주택공급 추진 등이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20일 태릉골프장에 대한 택지 개발 검토에 즉시 들어갔다. 태릉골프장은 서울 군부대 부지 중에서도 알짜배기로 꼽힌다. 서울 대단지인 송파구 헬리오시티(40만㎡·9510가구),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62만㎡·1만2032가구) 등의 사례를 감안하면 2만 가구가량을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옆 육군사관학교까지 합치면 부지 규모가 149만6979㎡로 늘어난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태릉골프장에 대한 건설회사 용역을 진행한 결과에서도 2만 가구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 내부에서 나타날 수 있는 반발, 사기 저하 등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서울에 있는 대표적인 군 복지시설이기 때문이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도 “태릉골프장을 주택공급 부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그린벨트 두고 국·공립 시설 부지 발굴청와대는 해제와 보존을 두고 정부 관계자들과 지방자치단체 간 이견이 표출된 그린벨트에 대해서도 ‘해제 불가’ 방침을 내렸다.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나가기로 한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언급하자 서울 세곡동과 내곡동 등 강남권 그린벨트와 주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것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대신 국·공립 시설 부지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서울시는 대치동 SETEC과 바로 옆 동부도로사업소 부지에서 7000가구 안팎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부지도 활용될 수 있다. 잠실 마이스(MICE) 개발 과정에서 남는 땅과 합해 8000가구를 짓는다는 계획 등이 거론된다. 2024년 중랑구로 이전할 예정인 개포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옥을 개발해 20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개포 구룡마을에서도 4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는 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지를 활용하면 토지보상 단계에 들어가는 3기 신도시보다 빨리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신도시 개발을 위해서는 택지 지정을 위해 설명회와 공청회를 열어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토지보상 절차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주민 반발과 갈등이 불거질 경우 사업이 지연된다. 하지만 정부 부지는 토지 수용 등의 절차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급 정책이 이번 정부 지지율과 차기 대선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속도전이 요구된다”며 “이런 상황에선 5년 이상 걸리는 그린벨트 해제나 민간택지 개발보다 빠를 수 있는 국유지 개발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공급 방안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재건축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추가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이번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진석/이유정/장현주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