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프로골프(KPGA) 오픈 with 솔라고CC(총상금 5억원, 우승상금 1억원)’ 최종 라운드가 열린 충남 태안군 솔라고CC 라고코스(파72·7265야드) 18번홀(파4). 연장 1차전에 나선 이수민(27)에게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벙커에 빠진 티 샷을 극적으로 그린에 올렸지만, 아이언 샷을 핀 1m 안에 붙인 김민규(19)와 김한별(24)을 이기기는 어려워 보였다.
군 입대를 1년 앞둔 이수민의 간절함이 통했을까. 홀까지 남은 거리는 4.5m. 주저없이 한 버디 퍼트는 홀 뒷벽을 맞고 떨어졌다. 베테랑의 분전은 신인급 선수들을 흔들기 충분했다. 2년차 김한별은 80㎝ 퍼트를 놓쳤고, 10대 돌풍의 주역 김민규도 2차 연장에서 세컨드 샷이 홀을 9m가량 벗어나며 우승컵을 놓쳤다. 이수민은 3m 버디를 넣으며 지난해 10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이후 9개월 만에 통산 4승을 달성했다. 10대 돌풍 잠재운 상금왕지난해 상금왕 이수민이 올시즌 KPGA에 불고 있는 ‘10대 돌풍’을 잠재우며 KPGA 오픈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이수민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 10개를 기록하며 20점을 추가해 최종 합계 50점으로 김민규, 김한별과 함께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는 스트로크 방식이 아니라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치러졌다.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은 앨버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 파 0점, 보기 -1점, 더블보기 이하는 -3점으로 처리돼 18홀 성적을 합산한다. 이수민은 “1라운드 때는 바뀐 규칙 적응에 애를 먹어 플레이가 잘 안 됐다”며 “2라운드부터 욕심을 버리고 공을 치다 보니 우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민은 굴곡진 골프 인생을 보냈다. 2013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군산CC 오픈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데뷔 첫해부터 맹활약했다. 2015년 군산CC 오픈 우승, SK텔레콤오픈 준우승을 차지하며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수민은 2016년에 정점을 맞았다. 그는 유러피언투어 선진인터내셔널 정상에 오르며 유럽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환호는 거기까지였다.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그는 2년간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8년 시드전을 통해 한국에 복귀한 그는 이를 악물었다. 2년간 만난 여자 친구와의 결혼과 군 입대를 앞둔 그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그는 작년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코리안 투어 세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고, 상금왕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수민은 “군 입대를 앞두고 시드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우승이 나왔다”며 “코로나19 탓에 결혼식은 못 올렸지만 혼인신고를 하고 묵묵히 지원을 아끼지 않은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2주 연속 준우승한 10대 돌풍 김민규최종 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출발하며 10대 돌풍을 예고했던 김민규는 2주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17번홀(파5)에서 1.1m 이글 퍼트를 놓친 것이 뼈아팠다. 2015년 중학생 때 최연소 국가대표에 오른 뒤 김민규는 2017년 유럽프로골프투어에 진출한 실력파 골퍼다. 2018년 5월에는 유러피언 투어 역대 최연소 우승 신기록(17세64일)을 세웠다.
지난주 군산CC오픈에서 준우승을 거둔 김민규는 2주 연속 좋은 모습을 보이며 골프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김민규는 “우승을 놓친 것은 아쉽지만, 다음 대회인 선수권에 출전하게 돼 기쁘다”며 “2주 연속 준우승을 거둔 것은 값진 성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족한 쇼트 게임을 보완해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군산CC오픈에서 코리안 최연소 우승 기록(18세21일)을 세우며 스타로 떠오른 김주형은 최종 합계 28점을 기록하며 공동 40위로 대회를 마쳤다. 세계 랭킹을 92위까지 끌어올린 김주형은 다음달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첫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 출전한다. 김주형은 “PGA에서 많이 배우고 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