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 가운데 57곳이 일본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에 참여해 약 6500억원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지난 3~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공장이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자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일본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이전비용 등을 충당할 수 있는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리쇼어링과 함께 추진한 니어쇼어링(near-shoring: 인접 국가로 생산라인 분산)에는 30개 기업이 참여했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아이리스오야마, 샤프 등 중국 생산공장을 일본으로 유턴시킨 기업 57곳에 574억엔(약 6450억원)의 지원금을 준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이번 리쇼어링을 1호로 활용한 생활용품·가전 등 제조회사 아이리스오야마는 마스크 생산공장을 중국에서 일본으로 옮겼다. 경제산업성은 중국 공장을 베트남 미얀마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옮기는 30개 기업에도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을 벗어나 리쇼어링, 니어쇼어링을 한 일본 기업 87곳이 이번에 받은 보조금 총액을 700억엔으로 추정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지난 4월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 정책을 내놨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이 자국으로 돌아올 경우 보조금으로 2200억엔(약 2조5000억원), 중국 공장을 동남아 등 다른 국가로 옮겨가면 235억엔을 지급하기로 했다. 공장 이전비용을 보조해준다는 취지다.
중국 제조공장을 이전 대상으로 겨냥한 데는 최근 코로나19로 중국산 부품 등의 공급에 큰 차질이 발생했고, 미·중 갈등까지 불거지며 생산기지의 중심축을 중국으로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일본의 중국산 소재·부품 의존도는 다른 국가보다 높은 21% 수준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담당상은 지난달 초 일본 제조업이 중국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내 생산을 늘리고 생산거점을 다양화해 공급사슬을 탄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이 리쇼어링 정책을 활용하는 사례가 앞으로 얼마나 더 나올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있다. 아이리스오야마도 이번에 내수시장에서 소화 가능한 마스크 생산공장만 일본으로 이전했다. 리쇼어링이 가능한 생산거점 자체가 많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물류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일본에서 생산하는 것이 중국 생산보다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