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美 송환 막은 '대법관 후보'에 여론 악화

입력 2020-07-19 18:08
수정 2020-07-20 15:35
올 들어 법조계 안팎에서 가장 화제가 된 법관은 강영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연수원 19기)다. 강 부장판사는 지난 6일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 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내에서 징역 1년6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손씨를 미국으로 보내 죗값을 더 치르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강 부장판사의 판단은 달랐다.

강 부장판사는 오는 9월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자 후보 30명 중에도 포함됐는데,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6일 올라온 해당 청원은 19일 현재 5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을 배당받은 판사는 늘 여론의 관심을 받는다. 특히 인신 구속을 결정하는 영장전담 판사들에겐 이런 관심이 숙명이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역대 두 번째 여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맡고 있는 원정숙 부장판사(30기)는 올해 디지털 성범죄 단체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심리했다. 지난 3월 조씨는 구속했고, 지난달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재판을 맡은 판사들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김미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26기)는 조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사건 심리를 진행 중이다. 김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씨의 ‘웅동학원 비리 의혹’ 재판도 진행한다. 이 사건은 오는 8월 31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2018년 2월 서울중앙지법으로 전보된 김 부장판사는 올 2월 인사 때 전보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유임됐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 내 진보 성향 단체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기도 하다.

임정엽 부장판사(28기)는 ‘대등재판부’로 구성된 형사합의25부에서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대등재판부는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구분 없이 비슷한 경력의 부장판사 3명이 교대로 재판장을 맡는 재판부를 뜻한다. 임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를 의학논문 제1저자로 올린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가 증인으로 나와 일방적으로 정 교수 측을 두둔하거나 기존과 엇갈린 증언을 하자 “사실 관계만 대답하라”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임 부장판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1심 재판에서는 이준석 선장에게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남정민/이인혁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