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에 거주하는 2주택자 A씨는 이달 직장인 자녀에게 주택 한 채를 증여할 예정이다. 2주택자 이상 보유자가 다음달 이후 증여할 경우 증여 취득세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A씨는 “앞으로 오를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증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르면 다음달 증여 취득세율을 12%로 올릴 방침이어서 다주택자들이 세율 인상 전 증여를 서두르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지방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 내 일정가액(수도권 3억원) 이상 주택을 무상취득할 경우 취득세율을 12%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무상취득은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 등이다. 개정안은 공포한 날로부터 즉시 시행된다. 개정안에는 ‘7·10 부동산 대책’에서 발표한 법인과 다주택자 취득세율 강화 방안도 담겼다. 2주택자는 8%, 법인 및 3주택자 이상은 12%로 상향 조정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강남구 압구정동 등 강남권 중개업소에 증여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 증여 건수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에서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증여 건수는 691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39건)보다 49.1% 증가했다. 신만호 압구정동 중앙공인 대표는 “내년 6월 양도세 중과와 이르면 다음달 증여 취득세 인상을 앞두고 주변 관계인이나 가족에게 증여하려는 다주택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주택자들이 아파트 취득세를 적게 내기 위해 잔금 납부 시기를 앞당기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정부는 대책이 발표된 지난 10일 이전에 매매계약이 체결된 주택은 제도가 시행된 지 3개월(분양은 3년) 안에 잔금을 치르면 종전 취득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3개월 내 잔금을 내기 위해 매도인에게 급하게 요청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이다.
일부 다주택자는 투자 방향을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로 돌리고 있다. 취득세율이 4%로 고정된 데다 역세권 오피스텔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도 있어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투자자들에게 오피스텔 취득세가 저렴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양도세와 종부세 강화로 빌라와 오피스텔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