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차올라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헐떡이다 보면
동무들은 나보다 저만큼 앞질러 달려갔다.
운동장에서 넷이건, 여섯이건
백 미터 달리기를 할 때마다 내가 꼴찌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참 지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결승선까지 숨을 참아야 한다는 걸,
숨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는 것을.
시집 《두 개의 인상》(현대시학사) 中
졸업 후에 알게 된 일이 어디 달리기뿐이랴. 숨을 참아야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견디는 일이다. 견디면서 생의 바깥으로 나가는 일을 성장기라고 부르자. 달리기를 하면 나는 늘 꼴찌였다. 그렇다. 달리기는 연습을 하면 잘할 수 있다. 숨을 달래고 숨을 크게 내쉬면서 숨과 몸을 하나가 되게 하는 것. 달리면서 바퀴가 되어보는 일, 돌이 튀어나와도 가볍게 뛰어넘는 일, 우리는 몸으로 뛰면서 작은 것을 깨우친다. 특히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안 보이던 것들이 너무나 잘 보인다는 것, 그것이 슬프다.
이소연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