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 의사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피해자 측이 밝힌 피해사실들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이 글이 퍼지면서 관련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19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이모 의사는 페이스북에 '전 모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얼마 전에 비오는 거 모르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바람에, 병원에 와 보니 속옷까지 다 젖은 일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모씨는 이를 얘기했더니 간호사들이 세탁하고 건조기에 다 돌려서는, 퇴근할 때 개서 줬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 경험에 비춰서 시장이 운동 마치고 온 후 옷장에 있는 속옷을 비서가 가져다 준 일이 '기쁨조' 소리를 들을 정도의 일이었을까라는 물음을 제기했다. 또 "왜곡된 성역할 수행을 강요받은 거라 생각하고 그 정도로 수치스러울 일이었을까"라고도 물었다.
이와 함께 자신도 몸이 안 좋아 회복실 같은 데서 쉴 때, 간호사들이 와서 깨워야 했다고 했다.
이모씨는 "전 모르겠습니다. 서울시장 비서는 "4년이나 그런 일을 당해 오면서 존엄성을 그분이 해쳐왔다고,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는데, 지금까지 나온 '증거', '얘기들'만으로는, 도대체 어떤 것때문에 그 정도로 존엄성을 훼손받아 온 것인지를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고 적었다.
그리고 피해사실과 관련한 자료가 나올수록 공감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자신도 박 전 시장이 크게 잘못했나보다고 느꼈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들은 예상보다 심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의 피해자 측과 여성단체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궁금하다고 했다. 이모씨는 "그녀는 과연, 자신이 시장의 그 더러운 속옷을 옷장에서 꺼내서 샤워하는 데 갖다 놓는 그 일을 해 왔다는 게 너무나 수치스러워서 그가 차가운 땅 속에 묻힌 지금조차도 치를 떨며 이 일을 온 국민이 알게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걸까요?"라고 물었다.
이 글은 이날 오후 5시30분 현재 1200회가 넘게 공유되고 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