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서실이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해외 순방을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한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김병철 부장판사)는 대통령 비서실이 지난해 6월 11일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라는 제하의 칼럼을 게재한 중앙일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청와대가 문제 삼은 해당 칼럼은 문 대통령이 취임 후 19번 출국해 해외 일정을 소화했는데, 유독 관광지를 자주 찾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유럽 순방 중 절경으로 불리는 노르웨이 베르겐을 방문하는 목적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당시 "외교상 방문 국가의 요청과 외교 관례를 받아들여 추진한 대통령 순방 일정을 '해외 유람'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반론보도를 요청하기 위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언중위는 직권으로 반론보도를 결정했으나 중앙일보 측이 이의를 신청하며 문제는 법적 다툼으로 비화했다.
다만 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주체인 대통령 비서실이 보도 내용과 직접 연관이 없어 정정보도를 청구할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보도는 모두 문 대통령 부부가 행한 해외 순방의 적정성과 합리성에 관한 것으로, 원고나 그 소속 공무원이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행정기관임을 고려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보도와 개별적 연관성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칼럼의 내용이 문 대통령 부부의 해외 순방 목적이 관광임을 암시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칼럼에 담긴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도 법원은 "대통령 부부의 해외 순방과 관광지 방문의 빈도가 '잦다'고 표현한 부분이나, 대통령 부부의 해외 순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은 단순히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한 것에 불과해 정정보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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