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중단 펀드 운용사 출신들 "난 무관한데 억울한 꼬리표"

입력 2020-07-17 17:24
수정 2020-10-06 16:07
라임자산운용과 디스커버리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환매 연기·중단 사태가 발생한 자산운용사의 직원들이 퇴사 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문제가 발생한 펀드와 관계가 없고, 재직 당시에도 문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고객의 신뢰가 중요한 업계 특성상 이들을 채용하려는 회사를 찾기 어렵다.

라임자산운용은 금융투자협회 공시 기준으로 작년 말까지 직원이 56명에 달했으나 지난 3월 기준 29명까지 줄었다. 라임운용에 잔류한 인원은 리스크관리와 컴플라이언스, 백오피스 및 환매 중단된 펀드를 맡은 대체투자본부의 일부 매니저뿐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직원 12명 전원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한 라임자산운용 출신 펀드매니저는 증권사 자기자본운용(PI) 부서에 추천 전형으로 입사를 지원했으나 최종적으로 채용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 펀드매니저는 “증권사로서 이전 회사 경력을 무시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는 이들에 대한 동정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자산운용사 내의 정보 통제와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을 보면 각 운용사에 소속된 대부분 직원은 자사 운용 펀드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다. 자산운용사는 엄격한 정보 교류 차단 장치(차이니즈월)가 요구돼 회사 안에서도 소속 본부에 따라 정보 교환이 제한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라임자산운용은 성장 과정에서 각 분야 최고의 인력을 영입했는데, 이들은 이미 능력이 검증됐지만 투자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자산운용업 특성상 모럴해저드가 발생한 운용사 출신을 채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창업에 나선 이들도 있다. 홍정모 전 라임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자산운용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그는 라임 합류 이전부터 ‘스타 매니저’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