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은 손목 고정이 관건…이도저도 안되면 '야구방망이 그립'을

입력 2020-07-16 18:05
수정 2020-07-17 03:29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브라이슨 디섐보의 퍼팅을 보셨나요? 잔뜩 세워 경직된 것처럼 느껴지는 어깨. ‘어떻게 저렇게 치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왼팔을 꼿꼿이 세우고 샤프트를 팔뚝에 밀착시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샤프트와 팔이 하나의 막대기처럼 고정된 느낌이랄까요. 정석을 벗어나는 다양한 시도를 해 괴짜 소리를 듣는 디섐보 선수지만, 그가 왜 지금과 같은 퍼팅 방법을 들고 나왔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샤프트를 단단히 팔에 고정하면 손목의 개입을 막아줘 미스샷 확률이 줄어들 테니까요.

‘뻣뻣 스윙’으로 로켓모기지클래식에서 우승한 디섐보를 보면서 퍼팅 방법에 정답은 없지만 원칙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손목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이죠. 결국 디섐보 선수도 어깨만 사용해 퍼팅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 끝에 손목을 쓰지 않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낸 거니까요.

저도 나름 ‘한 퍼팅’한다고 생각했지만, 프로암을 하면서 정말 많은 재야의 아마추어 고수들을 만났습니다. 디섐보 선수보다 더 ‘파격적인’ 자세도 많이 봤죠. 하지만 그들 모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립에 접착제를 바른 듯 손에 딱 붙어 있는 것처럼 견고하다는 것이죠.

스윙도 그렇지만, 올바른 퍼팅 스트로크의 출발은 올바른 그립에서 나옵니다. 올바른 퍼팅그립을 만들려면 손 모양에 집착을 버려야 해요. 손목 사용 억제가 첫 번째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손바닥과 그립 사이 ‘빈 공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빈 공간이 있다면 임팩트 때 클럽이 손바닥 안에서 돌아다닐 여지를 주는 것이고, 또 손목을 쓰게 하는 원인이 되니까요.

그립에 손바닥을 밀착하려고 저도 수많은 시도를 했습니다. 한때 ‘야구방망이 그립’을 쥐었던 적도 있었죠. 말 그대로 야구방망이를 잡듯 오른손과 왼손을 연결하지 않고 분리해서 그립을 잡는 것인데요. 왼손 위에 오른손을 포개도 되지 않아 오른손가락 아랫마디 사이에 빈 공간이 최소화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시합 때 야구방망이 그립을 쥐고 경기했고, 좋은 성적을 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손목 코킹이 어려워 필드에서 외면받는 야구방망이 그립이 그린 위에서는 비밀병기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수 있는 게 골프의 묘미 아닐까요.

최종적으론 왼손 검지를 오른손 약지와 새끼손가락 사이에 얹는 그립 방법을 썼습니다. 이렇게 퍼터그립을 쥐면 왼손 검지가 ‘자물쇠’ 역할을 해 스트로크 때 오른손목을 써 덮는 것을 막아주고 손목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퍼터를 잡을 때 드라이버나 아이언을 쥐듯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왼손 검지와 중지 사이 위에 올려놓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데요. 이 방법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오른손에 많은 힘이 들어가고 결국 손목을 쓰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니까요.

그립을 쥐는 강도도 많이 궁금해하는 부분이죠. 그때마다 저는 항상 “아기새를 잡듯 그립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손 안에 있는 달걀만한 아기새를 날아가지 않게 살살 잡고 있으면서도, 너무 세게 쥐어 다치지 않을 정도로 힘을 줘야 한다는 뜻이죠. 그립을 너무 세게 쥐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퍼터 헤드 무게를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스트로크가 어렵습니다. 빈공간을 없애는 정도의 힘으로 그립을 쥐는 연습을 자주 하세요. 아기새뿐 아니라 스코어도 지킬 수 있을 겁니다.

김혜윤 < BC카드골프단 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