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부담 급증…'임대후분양' 불가능해졌다

입력 2020-07-16 17:20
수정 2020-07-17 04:09

정부가 ‘7·10 부동산대책’을 통해 법인의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한 여파가 커지고 있다. 도심 땅을 사들여 주택을 공급해 오던 부동산개발업체까지 세금 ‘폭탄’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주택사업을 전면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우회로로 꼽히던 ‘임대후분양’과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주택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던 개발업체들이 발을 빼면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개발업체들 “주택사업 접겠다”16일 부동산개발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 시행사는 비상회의를 열어 7·10 대책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가 법인사업자의 세금 부담 등을 대폭 강화하기로 한 데 따른 각 사업장 영향을 분석하고 사업 구조 등을 바꾸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도심에서 주택사업을 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어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와 분양가 상한제로 적정가격 분양이 어려운 상황에서 임대후분양, 기업형 임대사업 등까지 규제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7·10 대책을 통해 종부세 최고 세율을 기존 3.2%에서 6.0%로 대폭 상향했다. 특히 법인에는 최고 세율인 6.0%를 일괄 적용하고, 과표에서 빼주는 기본공제 6억원과 세 부담 상한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임대후분양이 어려워졌다. 임대 기간에 내야 할 종부세 부담이 너무 커 버틸 수가 없다. 임대후분양은 의무 임대 기간이 끝나면 분양가를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어 시행사들이 분양가 통제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해 활용해 왔다.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이 대표적이다. 선분양을 포기한 여의도동 브라이튼여의도, 일레븐건설이 사들인 이태원동의 유엔사령부 부지 등도 후분양과 함께 임대후분양 카드를 검토 중이었다.

법이 개정되면 올해 입주한 나인원한남은 2023년 분양 전환 시까지 시행사가 내야 할 종부세가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예상 비용의 두 배에 달한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이자비용 등을 고려하면 지금도 돈이 거의 안 남는데 종부세율이 6%로 올라가면 손해가 불가피하다”며 “땅값은 비싸고 적정가격 분양까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주택사업을 그만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행사들은 오피스 개발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오래된 빌딩을 사들여 리뉴얼 등을 통해 가치를 높인 뒤 매각하는 것이다.공급절벽 가속화 우려기업형 임대시장도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롯데자산개발 KT에스테이트 등은 종부세 합산 배제를 받는 조건으로 8년 장기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고 주택(주거형 오피스텔)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나는 데다 법이 개정될 때 종부세 합산 배제 조항이 변경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임대 기간이 2년 증가하는 것만 해도 자금 흐름에 큰 부담”이라며 “합산 배제가 불가능해지면 사업을 접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한 분석이 면밀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은 것은 법인을 악용해서 수익을 내려는 개인투자자인데 정상 사업자들까지 유탄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던 개발업체들이 발을 빼면 주택 공급난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정부 차원의 공급대책 마련에 들어가긴 했지만 재건축 규제 등이 막혀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공급(입주 기준) 물량은 올해 4만8567가구, 내년 2만5021가구, 2022년 2만~3만 가구(변동 가능) 수준이다. 전문가들이 서울 공급의 필요 하한선으로 꼽는 5만 가구를 크게 밑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3년 뒤면 초과이익 환수를 피하기 위해 대규모 관리처분을 신청한 재건축단지들의 분양이 끝난다”며 “그 이후엔 말 그대로 공급절벽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