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가구 상부장 없애고, 식탁 늘렸다 줄이고…가구 인테리어 업계, 미니멀리즘 바람

입력 2020-07-16 17:04
수정 2020-07-17 02:08

최근 주방 리모델링을 한 서울 홍재동 김현화 씨(38)는 주방가구 상부장을 없앤 디자인을 선택했다. 그는 “답답해 보였던 상부장을 없앤 뒤 주방이 더 넓어진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주거 환경의 질을 높이기 위한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미니멀리즘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제품만을 두고 살아가는 방식이다. 주거공간을 현대적이고 쾌적하게 꾸밀 수 있는 데다 추가로 확보한 공간을 자신의 취향대로 활용할 수 있어 젊은 세대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상부장 없애 주방을 더 넓게미니멀리즘 인테리어는 주방가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대림바스의 홈인테리어 브랜드 ‘대림 디움’이 내놓은 플랩장은 일반 상부장에 비해 높이가 낮아 차지하는 공간이 작다. 잉여공간을 없앤 플랩장 상단에는 와인병이나 각종 소품을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대림바스 관계자는 “올 들어 상부장을 제거해달라는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상부장을 제거하는 대신 식기나 소형 가전제품을 수납할 수 있는 아일랜드 식탁을 들이거나 하부장에 많이 수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소비자가 많다”는 설명이다.

디자인 차원에서는 손잡이를 없애거나 숨긴 주방가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리바트의 주방가구 브랜드 ‘리바트 키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판매된 상품 가운데 손잡이가 숨겨진 디자인의 주방가구가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만 해도 약 50% 수준이었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현대리바트는 신제품 L500G에 ‘빗각도어’를 적용해 손잡이를 아예 없애고, 서랍형 하부장과 포켓수납장은 도어 안으로 집어넣은 ‘인서트 타입’으로 제작했다. 그릇이나 소형 가전제품을 눈에 보이지 않도록 안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다용도 가구·단순한 디자인생활가구에서도 미니멀리즘이 적용된 제품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샘의 ‘헴스W’와 ‘로하’ 식탁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확장형 식탁이다. 1~2인 가구가 평소에는 소규모 식탁으로 사용하다가 손님을 초대했을 때 다인용 식탁으로 변경할 수 있다. 생활가구 브랜드 일룸의 ‘다나 모션베드’는 침대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침대 위에 슬라이딩 책장이 장착돼 있어 작업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디테일을 없애고 단순화한 디자인의 제품도 있다. 한샘의 ‘밀란306 소호’ 소파는 일반 소파 높이의 3분의 2로 낮은 블록형 디자인 제품이다. 높이는 낮추고 앉는 부분은 넓혀 거실이 넓어 보인다. 소파를 각각 분리할 수 있어 거실공간에 따라 다양하게 배치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 가구업체 까사미아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 ‘어니언’을 지난 4월 내놨다. 사용자의 취향과 공간 형태에 따라 조합할 수 있는 모듈형 가구로 홈오피스와 드레스룸에 적합하다. 까사미아 관계자는 “불필요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덜어내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미니멀리즘 가구가 소비자들의 선호를 받고 있다”고 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