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훈제계란을 훔치는 등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이른바 '수원 장발장' 사건에 대해 법원이 변론을 재개하고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다.
당초 해당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은 16일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법원이 직권으로 선고를 미루고 재판을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수원지법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사건의 변론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해당 형사사건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제12형사부(박정제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형사소송법 제305조(변론의 재개)에 따라 종결된 변론을 다시 열고 속행을 진행하기로 했다.
변론재개의 정확한 이유는 다음 속행에서 재판장의 설명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양형에 대한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거나 심리 자체가 충붐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변론이 재개된다.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사안도 변론재개 요인 중 하나다.
A 씨는 지난 3월23일 새벽 경기 수원시 소재 한 고시원에 침입해 5400원 상당의 훈제계란 18개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온 A 씨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일거리가 줄어들고 무료급식소까지 문을 닫자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열흘 동안 굶고 있던 상황에서 전에 살던 고시원의 훈제계란을 떠올렸다"고 진술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 씨에 대해 징역 18개월을 구형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구형량이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어났다.
특히 세계 최대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42)가 받은 형량과 똑같은 점을 들어 비판 목소리가 커졌다.
검찰의 설명은 달랐다. A 씨가 훈제계란만 훔친 혐의만 가지고 18개월을 구형한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앞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돼 이미 재판을 받고 있었고, 9건의 동종 전과를 저질렀다.
보이스피싱 범죄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재판에 불출석하는 등 성실히 임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훈제계란 사건으로 검거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A 씨에 대한 변론재개 공판은 오는 24일 열릴 예정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