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0.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을 남겨두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게 반영됐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전월에 비해 크게 늘었다"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한은 분석처럼 저금리로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가격을 띄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5월 통화량(M2·평잔)은 3053조9267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35조3716억원 늘었다.
월간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1년 12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불어난 유동성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올해 3월 말 부동산금융은 지난해 말에 비해 2% 증가한 2105조3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100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금융은 금융회사의 부동산 대출·보증, 기업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입금, 부동산 펀드·자산유동화증권(ABS),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합친 것을 말한다.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쏠림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2509만원으로 지난해 12월(8억5951만원)과 비교해서는 7.6% 올랐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집값 안정에 전력을 쏟아붓는 정부와의 정책 공조 포석도 깔려 있다.
한은은 최근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됐다고 봤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소비와 수출의 회복이 당초 전망보다 다소 더딜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0.2%)를 밑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자본유출이나 유동성함정 우려가 없는 금리 수준의 하단)에 닿았다는 판단도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을 비롯한 비기축통화국이 실효하한 밑으로 기준금리를 끌어내릴 경우 외국인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신용등급(무디스 Aa2, 피치 AA-, S&P AA) 선진국 수준인 데다 국채금리도 선진국 대비 높은 만큼 자본 유출 우려는 크지 않다"면서도 "외환위기 등을 겪은 한은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실효 하한’이라는 안전판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내내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당국은 그동안 자본유출 우려가 높은 만큼 한국의 기준금리가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는 높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며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집값 과열을 막고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비롯한 '출구전략'의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있지 않은 만큼 출구전략 카드를 서둘러 꺼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많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2009년 2월(기준금리 연 2.5%에서 연 2.0%로 인하) 마지막으로 인하카드를 꺼냈고 1년5개월이 지난 뒤인 2010년 7월에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코로나19 2차 확산 가능성 등을 점검하면서 완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며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숫자가 큰폭으로 줄어든 직후에나 출구전략 시점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