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주식이야기] 우시바이오는 '삼바'와 비교할만한 회사인가

입력 2020-07-16 14:59
수정 2020-07-16 15:07

한국경제신문은 앞으로 중화권 해외 주식 전문가의 기고를 연재합니다.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미국을 넘어 중국 등 아시아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기고를 맡은 우건 JK캐피털 매니저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라자드운용과 매뉴라이프운용 등을 거쳐 홍콩에 본사를 둔 프랑스계 헤지펀드인 JK캐피털에서 아시아 정보기술(IT) 및 헬스케어산업에 대한 투자 집행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hr style="margin: 25px 0px; border: 1px solid rgb(195, 195, 195); border-image: none; display: block !important;" />바이오의약품수탁생산(CMO) 기업에 대한 관심이 아주 뜨겁다. CMO란 다른 제약사가 개발한 의약품을 대량생산해주는 업무를 하는 사업체들을 일컫는 용어다. 바이오의약품은 화학의약품에 비해 분자구조가 복잡한 특성이 있다. 그래서 비교적 간단한 화학반응이 아니라 생물의 세포를 이용해서 배양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개발하는 입장에서도 화학의약품 대비 소요시간이 길고 그만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생산 등 각 분야마다 전문적 처리를 원하는 수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개발만 전문으로 하는 바이오테크 기업과 함께 등장한 것이 바로 생산만 전문적으로 하는 CMO 기업들이다. CMO 기업 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업체로는 스위스의 론자(Lonza)가 있다. 독일의 베링거잉겔하임은 제약사업 외에 CMO사업도 크게 한다. 한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선두권에 진입했다.

중국에서도 최근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오의약품인 허셉틴과 맙세라의 매출은 지난 2년간 두 배 이상 늘었다. 중국 내 바이오의약품 제조 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큰 CMO 업체는 우시바이오(2269 HK)라는 회사다. 2008년 설립된 우시바이오는 우시앱텍 그룹에 속해있다. 우시앱텍 그룹은 화학의약품에 대한 CMO 및 위탁연구(CRO) 사업을 오랫동안 영위해왔다.

우시바이오 주가는 지난 3년간 400%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국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더불어 2년 전부터 시작된 복제약(제너릭)에 대한 강력한 약가 인하 정책 덕택이다. 기존에 큰 매출을 올리던 대형제약사에 대한 매도 흐름이 지속되면서 헬스케어 섹터 내에서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평가되던 우시바이오와 같은 CMO 업체로 투자수요가 몰린 것이다. 한때 우시바이오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150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중국 헬스케어 섹터에 투자하는 기관투자가들에 우시바이오는 꼭 보유해야 하는 주식이 됐다.

하지만 우시바이오에 대한 투자 열풍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우시바이오는 론자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준의 대량생산용 CMO가 아닌 임상용 CMO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거론된다. 우시바이오가 보유한 바이오리액터(배양기)는 대부분 1000~2000리터 짜리다. 삼성바이오나 론자가 가지고 있는 1만5000리터 규모 바이오리액터과 비교하면 생산 효율이 낮다. 머크나 BMS 등 주요 고객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내놓을 블록버스터급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어렵다는 얘기다.

우시바이오는 장기적으로도 2000리터 이상 바이오리액터를 설치할 계획이 없다. 중국 내 소규모 바이오벤처의 전임상이나 임상시험용으로 소량의 시료를 생산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채택한 것이다. 실제 최근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치료제를 개발한 대만의 타이메스사는 임상용 시료는 우시바이오에서 생산했지만, 향후 상업용 약품은 삼성바이오에서 생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시바이오가 타겟으로 삼은 중국 바이오벤처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0년간 중국 바이오벤처들은 미국에서 잘 팔리는 바이오의약품을 빠르게 카피해 중국에 비슷한 제품을 내놓는 방식의 사업을 해왔다. 여기에는 빠른 속도로 카피약을 개발하고 이미 깔려있는 생산시설에서 빠르게 생산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식으로 팔 수 있는 약품들이 거의 없어졌다. 허셉틴, 휴미라, 레미케이드, 옵디보, 키트루다, 아바스틴 등 주요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은 이미 출시되거나 임상 3상 마무리단계에 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바이오벤처 신규 의약품 개발속도는 앞으로 훨씬 느려질 수밖에 없다. 외주 생산을 통한 빠른 시장진입보다는 생산기술의 내재화를 통해 더 품질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실제 중국 바이오벤처 중에서는 바이오리액터를 직접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헬스케어 섹터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바이오벤처들이 비교적 쉽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회사들 입장에서 볼 때 임상은 비용이지만 바이오리액터는 자산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임상용 CMO 사업자가 중국의 우시바이오만큼 대형화된 사례는 많지 않다.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바이오벤처 입장에서는 요구수준을 맞출 수 있는 생산설비만 있다면 어느 CMO에 주문을 넣어도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우시바이오와 삼성바이오가 곧잘 비교되긴 하지만 그들의 비전과 밑그림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우시바이오 대주주들이 올 들어 수차례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우건 JK캐피털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