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그린벨트 해제 군불 때자마자…서울시 "절대 불가" 반발

입력 2020-07-15 20:04
수정 2020-07-15 20:53

서울시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당·정이 논의 중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서울시는 15일 오후 황인식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미래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앞서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그린벨트 해제 등 다양한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서울 시내 그린벨트 해제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자 나온 반응이다. 서울시는 “그린벨트는 개발의 물결 가운데서도 지켜온 서울의 마지막 보루”라며 “한 번 훼손되면 원상태로 복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날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가 참여한 ‘수도권 주택공급 킥오프 회의’에서도 반대 입장을 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주택공급 확대 태스크포스와 실무 기획단에 참여하는 건 그린벨트 해제를 제외한 범주에서 ‘7·10 대책’의 후속 공급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라면서 “오늘 진행된 회의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당정은 대규모 주택공급을 위한 서울시 내 그린벨트 해제를 저울질 하고 있다. 전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TV 프로그램에서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호 국토부 차관은 당초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보였으나 킥오프 회의 모두발언에선 “도시 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 검토되지 않았던 대안들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해나갈 것”이라면서 궤를 맞췄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택공급 확대 방안은 크게 다섯 갈래다. 도심 고밀 개발과 도심 공실 상가와 오피스 활용, 유휴부지 확보와 공공재건축·재개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이다. 그린벨트 해제 카드는 여섯 번째 옵션인 셈이다. 서울 안에 주택공급을 대규모로 늘릴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서울시의 그린벨트 면적은 약 150㎢다. 서울시 규모의 4분의 1가량이다. 부동산 업계는 그동안 양재동 식유촌마을(2만860㎡)과 송동마을(2만745㎡), 내곡동 탑성마을(1만7488㎡) 등을 그린벨트 해제가 유력한 것으로 봤다. 내곡동 가구단지 주변과 세곡동 자동차면허시험장 일대, 강남·서초예비군훈련장도 후보로 꼽혔다.

국토부와 기재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은 이날부터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 실무기획단을 꾸렸다. 기획단은 7·10 대책에서 마련하기로 한 주택공급 방안의 세부안을 마련하기 위한 조직이다. 안건이 구체화될 경우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 주택공급확대 TF를 통해 발표할 계획이지만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진통이 불가피해졌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