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업 반발에 꼬리내린 트럼프…'온라인 수강' 유학생 비자취소 철회

입력 2020-07-15 17:19
수정 2020-07-16 01:29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00% 온라인 수업을 듣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하겠다는 정책을 철회했다. 하버드대 등 200여 개 미국 대학뿐 아니라 20개 주정부와 구글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기업들까지 반발해 줄소송에 나선 탓이다. 다만 기존 유학생을 빼고 신입 유학생으로 대상을 좁힌 새로운 규제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앨리슨 버로스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 판사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과 새 이민 규정을 폐지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6일 온라인 강의를 하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미국 체류 및 신규 비자(F-1, M-1 등) 발급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하버드대와 MIT는 이 조치의 집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날 첫 심리에 앞서 양측이 전격 합의했다.

하버드대와 MIT는 이번 조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특수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고, 유학생들의 수강 여건과 취업 등에 즉각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등 다른 200여 개 대학과 구글 페이스북 등 IT 기업들도 반발하고 있다. 대학들과 17개 주, 워싱턴DC 등은 미 정부를 상대로 최소 9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 대학들의 가을학기 대면 수업 재개를 압박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발표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 정부가 8일 만에 정책을 철회하면서 한국인 5만 명을 포함한 109만 명의 유학생은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생 비자 문제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백악관과 국토안보부가 비자 제한 대상을 축소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면서 새로 등록하는 유학생에게만 적용하는 방안이 몇 주 안에 발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