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물' 나왔던 인천…이번엔 '벌레 수돗물'

입력 2020-07-14 17:44
수정 2020-07-15 00:29
“붉은 수돗물이 나올 때는 어이가 없어서 여기저기 알리고 다녔는데, 유충이 나온다니 창피해서 누가 알까 무서워요.” 인천 서구의 수돗물에서 이번에는 살아있는 유충이 발견돼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 지역은 지난해 5월 붉은 수돗물 사태로 곤욕을 치른 곳이다.

14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서구 왕길, 원당, 당하동 등의 다세대주택(빌라)에서 23건의 ‘유충 발견’ 민원이 접수됐다. 인천시 조사 결과 이 유충은 깔따꾸의 일종으로 밝혀졌다.

인천 상수도사업본부는 민원 접수 후 즉각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9일부터 민원 접수 가구를 방문해 저수조 설치 여부 등 현장을 확인하고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환경청의 협조를 받아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수돗물 유충 신고 지역과 건수는 당하동 11건, 검암동 4건, 원당동 3건, 왕길동 2건, 마전동 2건, 경서동 1건 등 모두 23건이다.

유충이 발생한 원인으로는 정수장에서 수돗물을 정수하는 데 사용되는 ‘활성탄 여과지’가 꼽히고 있다. 여과지에서 생긴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는 국립생물자원관에 의뢰해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견된 유충과 각 가정에서 나온 유충의 DNA 일치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배수지 내시경 조사를 통해 유충 발생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다양한 조사를 할 예정이다. 또 정수처리 공정을 고도정수처리에서 표준정수처리로 전환해 활성탄 여과지 사용을 중단했다. 여과지 세척 주기를 72시간에서 48시간으로 단축하고 중염소를 추가 투입하는 등 긴급조치를 시행했다.

인천시는 1차 유충 발견 신고 지역인 왕길동(7845가구), 당하동(1만5999가구), 원당동(4418가구) 등 2만8262가구에 수돗물을 직접 마시지 말라고 당부했다. 깔따구 유충의 인체 유해성이 학계에 보고된 바는 없지만 당분간은 생활용수로만 사용해달라는 것이다.

인천교육청도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서구 5개 동(왕길동, 당하동, 원당동, 검암동, 마전동)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대해 급식을 중단하고 대체급식을 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수돗물을 제대로 사용하기 힘든 주민들을 위해 병입수돗물인 ‘미추홀참물’을 제공하고 한국수자원공사를 통해 식용수를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인천 서구는 지난해 5월 붉은 수돗물이 처음 발생한 지역이다. 붉은 수돗물 사태로 공촌정수장의 관할 급수구역에 포함된 서구와 중구지역 약 26만1000가구, 63만5000명이 피해를 봤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