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실업·육아휴직 급여 줄줄이 오른다

입력 2020-07-14 15:46
수정 2020-07-14 16:27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되면서 실업급여를 비롯해 육아휴직급여·탈북자지원금까지 30개 이상 관련 제도가 영향을 받게 됐다. 한정된 재원을 바탕으로 항구적 복지지출 소요가 늘어날 경우 국가재정 운영에 부담이 늘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9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 8590원보다 130원(1.5%) 오른 금액이다.

공익위원들이 낸 안으로 표결에 부쳐 찬성 9표, 반대 7표로 채택됐다. 표결에는 사용자위원 7명과 공익위원 9명이 참여했다.

최저임금은 모든 사업주가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노동자 생계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올 1~5월 실업급여 지급액 이미 지난해 절반 훌쩍 넘어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실업급여는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대표적 제도다. 실업급여 지급액 하한선은 매년 최저임금의 90% 수준이었지만 2018~2019년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면서 지난해부터 최저임금의 80% 수준으로 낮아졌다. 다만 경과규정을 둬 최저임금 하한선이 2019년 최저임금의 90% 수준인 7515원을 넘지 않을 때까지는 하한선을 7515원으로 두기로 했다.

2018년 6조4523억원이 지급된 최저임금은 지난해 8조870억원으로 지급액이 대폭 늘었다. 올해는 1~5월 지급액만 합쳐도 벌써 4조42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지급액을 뛰어넘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대량 실직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10조원 넘는 지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업급여 하한선 조정은 내년 실업급여 지출액을 부쩍 늘려 국가 재정 운용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저임금 연동된 법률 16개·복지제도 31개 달해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최저임금과 연동된 법률은 16개, 사회복지제도는 31개에 달한다. 우선 산업재해에 따른 휴업급여와 출산휴가에 따른 출산휴가급여의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100%를 기준으로 삼는다. 육아휴직급여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서비스단가를 책정하는 요양보호사와 어린이집 교사 임금 등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준으로 삼는다.

탈북자의 국내 정착지원금 기준은 상한액이 최저임금의 200배 한도로 규정된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이들에 대한 형사보상금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특별재난에 따른 사상자 지원금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다.

법으로 연동되지 않더라도 매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각종 계약금액 인상의 주된 근거로 세우는 수많은 국가계약이 다수다. 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계약 과정 등에서는 매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주된 근거로 내세워진다.

문제는 최저임금과 연동된 실업급여 등의 정부 재원 지출 제도는 일시적 지출이 아니라는 점이다. 법정 의무지출로 고착화되는 분야가 대다수다. 이 때문에 내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될 경우 그 영향이 한 해에 그치지 않고 매년 부담이 가중된다는 평가다.최근 4년간 상승률도 상위권최근 4년간 상승률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내년까지 4년 간 약 35% 상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은 전체 근로자의 중위임금 대비 60% 중반대까지 오르게 된다. 산술적으로 세계 상위 5위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62.7%로 집계됐다. 2019년 최저임금 8350원을 산정하고 계산한 수치로 1년 새 무려 4.1%포인트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가 결정한 2018년, 2019년 최저임금 결정만으로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017년 52.8%에서 지난해 62.7%로 급등했다.

올해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각각 2.87%, 1.5% 반영한다면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60% 중반대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다만 아직 올해 중위임금 수치가 나오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는 상황이다.

세계은행과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60%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상한선으로 본다. 해외 선진국들의 최저임금 목표치기도 하다. 우리나라 임금수준이 선진국 수준을 넘어섰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법정 최저임금제도를 운용하는 31개 OECD 회원국 중 10위로 상위권이다.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32.7%(2018년 기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2배로 높은 수준의 임금 수준을 형성하게 됐다. 이 밖에 영국(54.5%), 독일(45.6%), 일본(42.0%)보다 높다.

특히 이 통계의 최신자료는 2018년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 처음 확정된 최저임금 7530원이 반영된 수치다. 내년까지 약 15.8% 추가 상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위는 5위권 내외로 올라설 전망이다.

"한국 최저임금 OECD 평균 웃돌아"중소기업중앙회는 올해 최저임금까지 반영해 국가별로 분석한 결과 한국의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2.8%로 OECD 평균(55.7%)을 훨씬 웃돈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는 "올해 최저임금에다 4대 보험료, 퇴직금, 연차수당 등 포함하면 최소 인건비는 223만원이 소요된다"며 "중소기업 10곳 중 2곳이 근로자에 최저임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도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굉장히 높다는 점을 인식, 내년도 인상률 결정에 이를 고려했다고 전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게 된다. 노동부 장관은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