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면역항암제가 결국 난소암의 벽을 넘지 못했다.
로슈는 12일(현지시간) 티센트릭과 아바스틴, 화학항암제의 병용투여에 대한 임상 3상이 실패했다고 밝혔다. 티센트릭은 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PD-L1을 막아주는 면역항암제로 폐암 치료에 사용된다. 아바스틴은 신생 혈관 생성을 억제해 암의 성장을 막는다.
난소암은 발견이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아 암 중에서도 치료가 쉽지 않다. 2018년 두 약물의 병용 치료가 화학항암제만 쓰는 것에 비해 사망률을 38%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임상 3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로슈는 그간 치료를 받지 않은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병용투여를 한 결과, 무진행 생존 기간을 늘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무진행 생존 기간은 암 환자의 종양이 20% 이상 증가하는 시점이나 사망하는 시점에 이르는 기간을 의미한다.
로슈의 임상 3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난소암 치료제 개발 흐름이 PARP 억제제 쪽으로 기울고 있다. PARP는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효소다. DNA를 수선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기전이 있다. 난소암의 원인 중 하나이자 유방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BRCA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DNA 수선의 일부 기전이 작동하지 않는다. PARP는 나머지 수선 기전을 억제해 결국 DNA가 절단되며 암세포가 사멸하도록 유도한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린파자,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의 제줄라, 화이자의 탈젠나 등이 모두 PARP 억제제다. 현재 가장 앞서나가는 것은 린파자로 국내에서는 BRCA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의 1차 치료에 사용된다. 2차 치료부터는 모든 환자에게 사용한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